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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달달 Nov 11. 2023

언젠간 되고 말거야, 로또 1등!

로또

‘미당첨 복권입니다.’ 휴대전화로 로또복권 큐알코드를 읽어 들이자마자 내가 산 복권이 ‘꽝’ 임을 알았다. 그럼 그렇지. 또 안 됐다.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종이쪼가리가 된 복권과 휴대전화 화면을 번갈아 바라보는데, 어라? 평소와 조금 다르다. 다시 보니 ‘미당첨’이 아니라 ‘미추첨’ 복권이다. 아뿔싸! 토요일 밤이 아니라 금요일 밤이구나. 첫째는 태권도 학원에서 1박을 하는 미니 캠프에 참석하느라 집을 비웠고, 한국시리즈 3차전은 응원하는 팀과 상대팀이 역전에, 역전에 재역전을 하며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중이었다. 남편은 자기가 야구를 보면 진다며(당신 그렇게 중요한 사람 아니니 같이 보자고 만류했음에도.) 웬일로 나서서 아기를 재우겠다고 했다. 야금야금 까먹고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다디달아서 금요일인지 토요일인지도 몰랐던 거다.


로또를 산다. 꿈자리가 좋다거나, 의미 있는 숫자 조합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산다. 말은 그냥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1등 당첨을 바라며 산다. 너무 대놓고 바라면 신들께서 노여워하실까 봐 좀 덜 바라는 척 ‘그냥’이라는 핑계를 구실삼을 뿐이다. 천 원어치일 때도 있고 5천 원일 때도 있는데 보통은 3천 원을 내밀 때가 많다.(이 또한 너무 간절해보이지 않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운 좋게 4등, 5만 원에 당첨된 적은 몇 번 있다. 4등을 하려면 6개의 숫자 중 4개가 맞아야 한다. 숫자 몇 개가 연달아 맞아떨어지는데도 심장이 두근두근 방망이질 인데 6개가 다 맞는다면 어떨까? 온몸이 감전된 듯 전율에 몸서리칠까, 아니면 어리둥절한 나머지 얼음처럼 몸이 굳어버릴까. 롤러코스터도 타지 못하는 여린 나의 심장은 까무러칠지도 모르겠다. 3개의 숫자가 맞으면 받을 수 있는 5천 원도 당첨된 지가 한참 전인 걸 감안하면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분명하지만 또 누가 알겠는가, 당장 이번 주 1등이 나일지?


매주 5천 원어치 복권을 산다고 하면 한 달에 2만 원, 1년이면 24-25만 원을 불확실한 기대감에 불을 지필 장작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한 번은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노후, 재테크, 투자 등의 주제로 대화가 흘렀는데 내가 로또를 산다는 걸 알게 된 한 명이 말했다. 1년 동안 로또를 안 사면 5만 원에 5번 당첨되는 거랑 같은 거 아니냐고. 틀린 말은 아니라서 반박 하지 않고 “그러네.“ 하며 웃었지만 여전히 로또를 산다. 두어 시간의 즐거움을 위해 5천 원짜리 커피 한 잔도 기꺼이 마시는데 일주일의 설렘에 대한 대가로 5천 원이면 ‘가심비’가 나쁘지 않다.


1등에 당첨되면 하고 싶은 일들을 미리 생각해 두었다. 우선 기부를 할 거고, 양가 부모님 노후 비용도 챙겨 드리고 마지막으로 서울에 집을 한 채 사고 싶다.(스무 살 상경했지만 퍽퍽한 서울만 경험하고 결국 정착하지 못한 채 그곳을 떠난 이후, 서울에 연연하는 중) 생각만으로도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토요일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로또 명당 앞에 늘어선 줄이 길어진다. 누군가는 요행을 바란다고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고, 허튼 데 돈을 쓴다며 어리석다 욕할 수도 있겠지만 소원은 원래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러니 간절히 빌고 또 비는 게지. 마음 약한 신께서 기도를 듣고 계실 수도 있으니까.


내가 당첨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나 아닌 누군가가 당첨의 기쁨을 누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행운이 여기저기 돌고 돌다 보면 내 차례도 닿을 날이 올테니. 이루어지는 꿈만 꾸며 살 수는 없다.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매년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야구는 멈추지 않았다. 공무원이 되고나서 첫 월급 120만 원을 받고 로또를 처음 샀으니 로또 1등 도전의 역사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앞으로 최소 19년은 더 로또를 사겠다는 말이다. 언젠가는 되고야 말겠어, 로또 1등! 안 되면 어떡할 거냐고?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길. 로또는 로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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