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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다 Mar 16. 2023

아이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본 적이 있나요?

도도와 밤톨은 다르다

생각하는 것 좋아하는 것 먹는 것 입는 것까지 어쩜 이렇게 다른지  정말 신기하게도 다르다

큰아이 도도는  순한 아이여서 수월하게 키웠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큰 아이와 성향이 맞다 그래서 큰아이와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아도 이해가 많이 간다  하지만 둘째는 이야기를 들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다)

밥을 먹다가도 반찬모양을 보면서

엄마!! 이반찬은 구름모양처럼 보이지 않나요?

엄마 하늘에는 많은 동물들이 있는데 어떤 동물이 보이나요? 종알 종알 질문을 한다

밤톨이 5살쯤 되었을 때 난 1년 정도 고민을 하다가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갔다

나는 우리 밤톨이랑 너무 안 맞아

이렇게 안 맞을 수 있을까?

부모자식 간에도 궁합이 있다는데 우린궁합이 안 맞나 봐

상담을 하러 가기 전까지 나는 우리 밤톨이 특이한 아이인가 생각했었다

나와 너무 다른 성향을 가진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거라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처음으로 소아정신과를 가는데 왜 이리 고민이 되던지

아이에 대해 상담을 하는 것 자체가 기록이 남는지 물어보고 소심하게? 상담을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직장맘이라 아이의 특성을 잘 몰라서 그러는 건가 고민했다

아이의 특성을 알아보려고 또 육아서를 뒤적거리며 책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상담을 시작하고 부모검사, 아이성향검사, 놀이치료 검사 등등... 많은 검사를 하고 나서 의사 선생님께서는 우리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라는 소견을 알려주셨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이와 부모 둘 중 한 명이 맞춰야 하는데 그 대상이 아이가 될 수는 없다 하셨다 책 두 권을 추천해 주시면서 그걸 읽고 아이를 기다려 주라 하셨다

그래도 내가 너무 힘들다고 투덜 대니 7살이 다 지나서도 이런 증상이 계속되면 그때는 다시 상담하러 오라 하셨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7살이 되니 밤톨의 증상은 내가 보기에 너무나 정상인 것처럼 변화했다

초등학교에 가서도 저러면 어쩌나 했던 정신없는 부산함이 우뇌형 아이의 특징이라는 것과

아이의 너무나 정상적인 발달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 기다림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견디기 쉬웠을까?    

<< 엄마의 소신>> 중,... 이 구절을 보는데 6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와  안 맞으면 버릴 건가요?

아이가 내게 맞지 않는다고 떠날 건가요?

부모와 자식 사이는 부모가 품는 겁니다

못나도

지랄 맞아도

느려터져도

더러워 죽겠어도

엄마이기에 품는 겁니다

나한테 맞추려고 태어난 아이가 아니니까

나와 맞지 않아도 되니까    

너의 세상에서 너와 맞는 사람과 행복하라고

그때까지 그냥 품는 겁니다    

6년 전에 나는 아직 엄마가 덜되어 있었구나 아니... 어른이 덜 되어 있었구나 하고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반성이 되는 걸 보니 그때보다는 조금 어른이 되었나 보다    

하루종일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모든 분들이 같을 테지만 고객을 대하다 보면 그들의 말과 표정에 상처받고 원치 않아도 내 진짜 감정을 억눌러야 해서 지칠 때가 많다

직장생활을 한 지 18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피곤하고 다친 마음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는 익숙하지가 않다 18년 동안 갈고 다듬어서 이 정도라고 하면 남들은 웃겠지만... 나에겐 그 정도로 내 감정을 숨기는 것이 힘들다    

 성격이 너무나도 다른 두 아이를 보며 또 생각해 본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공존해서 살고 있으니 아이들을 품을 정도가 되어야 되는 건가    

아이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본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나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아직 나의 진짜 마음도 들여다보는 연습을 다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 10분 명상하기를 아이와 함께 해보고 있다.

말이 좋아 명상이지 아이와 멍 때리기 연습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잘하는 이 멍 때리기와 명상이 어른인 나에겐 노력이 필요한 행동이다

10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다니기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지만  일과 육아로 바쁜 직장맘 엄마라면 아이와 함께 10분 명상을 하면서 10분이라도 오롯하게 아이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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