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적으로 신발을 만들고 싶다…라고 그렇게 노트에 끄적여놓고 누가 볼까 딱! 덮어놨어요. 한동안 들여다보지도 않았죠. 그런데 생각하는 데로 된다… 라는 말처럼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점차적으로 좀 더 깊게 파고들기 시작했어요.
흔히 ‘에코’라고도 부르는 친환경 패션.
쉽게 이야기해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서 만들었다는 거죠.
그럼 신발의 대표적 소재인 가죽, 무엇이 환경에 문제가 되는 걸까요?
사실 가죽은 채취 후 그냥 사용할 수 없죠. 부드럽고 오래 유지되도록 가공 공정을 거치는데 이걸 ‘무두질’이라고 해요. 방법은 크게 2가지인데, 첫 번째는 식물성 성분으로 숙성시키는 ‘베지터블 태닝’과 두 번째는 크롬염을 사용하는 ‘크롬 태닝’입니다.
현재 가죽 시장의 85-90% 가 크롬 태닝으로 생산되고 있어요. 훨씬 부드럽고 감촉이 좋고, 열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염색하기가 더 용이해요. 무엇보다 무두질 기간이 베지터블 태닝의 10%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서 단가를 낮출 수 있어요. 역시 돈의 힘!
그런데… 이 생산 공정에서 사용되는 유해한 화학 물질들이 호흡기 질환이나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가죽을 만드는 노동자뿐 아니라, 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 그리고 가죽 폐기 후 소각되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죠.
그리고… 어린 소를 사용하면 할수록 가죽 질이 좋아진다며 6개월 미만의 송아지를 잡아 쓰고, 송치 가죽은 어미 소의 뱃속에서 6개월 정도 된 태아 소를 끄집어내 제작한다는데 세계적 동물 보호 단체(페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래서 대체제로 상용되고 있는 것이 합성피혁이라고 불리는 인조 가죽.
실제로 많은 ‘비건’ 브랜드에서 합성피혁으로 옷, 가방 및 신발을 생산해요. 동물을 해하지 않으니 비건이죠.
하지만 인조가죽은 친환경적이지 않아요. 플라스틱의 종류인 PU 또는 PVC로 가공하여 가죽의 느낌을 내는 석유화학 섬유로 제조과정에서, 그리고 폐기 후에 발생하는 유해한 화학 물질은 우리의 환경오염과 건강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고 있죠.
그럼 비건이면서 친환경인 대체제가 있을까요?
단순하게 베이스 원료가 식물이라는 건데요, 생각보다 다양해요.
1. 피나텍스(PINATEX): 버려지는 파인애플 줄기 섬유질로 만들어진 식물성 가죽으로 국제적으로는 가장 잘 알려져 있어요.
2. 한운지: 닥나무로 만든 한지와 면 등 천연섬유의 결합을 통해 한지 가죽, 한국에서 개발된 대체제로 한지 특유의 질감이 있죠.
3. 마일로: 버섯 뿌리에서 발견되는 섬유질인 균사체를 이용해 만든 가죽. 빈티지의 느낌이 있는데 700만 원을 오가는 럭셔리 브랜드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가방에 사용되어서 유명하죠.
4. 와인 레더: 와인을 만들고 버려지는 포도 껍질과 줄기, 씨를 이용해 만든 가죽입니다.
5. 선인장 가죽: 노팔 선인장 잎을 이용하여 압착해서 만든 가죽입니다.
신세계죠?
그럼 이왕 만드는거 친환경 소재로 왜 안 만들지?
...라고 혹시 궁금해지신 분?
그동안 친환경 신발을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느끼는 건데 이게 말이 좋아 친환경이지 진심 모든 준비 단계에서 1.5-2.5배로 돈과 시간… 그리고 인내가 필요함을 경험 중입니다. ㅜㅜ
우선 소량 구매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가방으로는 많이 검증이 되었어도 신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문제들에 봉착하게 되었어요. 우리 엄마 말이 맞네요… 사서 고생한다고. ㅎㅎㅎ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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