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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에 Mar 28. 2021

(창작 그림책)우리의 행복을 돌려줘 #2

예자매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드디어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조심조심 안쪽으로 들어가자 보라색 덩어리가 기다렸다는 듯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 기다리고 있었어. 너희가 예자매구나?

우리를 알고 있어?

그럼. 나는 너희 부모님도 알고 너희 친구들도 다 알고 있어.

너는 누구야? 우리를 어떻게 알아?


나는 분노 바이러스가 뭉쳐서 만들어진 덩어리야. 처음에는 내 모습이 이렇게 크지 않았어.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도 않았지. 그런데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서로 화내고 상처 주고 싸울 때마다 내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내가 다 만들어지고 나서 나는 계속 분노 바이러스를 만들고 있어. 이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즐거운 기억. 행복한 기억을 다 지워 버려. 그래야 사람들은 화를 내고 나는 더욱 힘이 나게 되거든. 분노 바이러스가 온 세상으로 퍼지고 행복한 기억들을 내가 다 먹어버렸기 때문에 나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어. 그래서 너희가 예자매 라는 것도 알고 있는 거지. 너희 아빠와 엄마의 기억을 통해서 이미 봤거든.     

 

우리 아빠와 엄마의 기억을 다시 돌려줘. 다시 행복한 우리 가족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을 알려줘.      

그래. 우리의 행복을 다시 돌려줘.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 지금부터 내가 세 가지 문제를 낼 거야. 만약 너희가 틀리지 않고 그 문제를 모두 맞힌다면 아마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중에서 하나라도 맞는 대답을 하지 못하면 너희가 가지고 있는 즐거운 기억. 행복한 기억을 바로 이 자리에서 내가 먹어 버릴 거야. 그럼 너희도 이제 매일 화내고 싸우며 지내게 되겠지. 사실 내 바이러스는 어른들을 좋아해. 아이들보다 더욱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거든. 그런데 왜 매일 화내고 싸우는 아이들이 생겼을까? 너희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많은 아이들이 여기에 왔었어. 그러나 답을 맞히지 못해서 모두 즐거운 기억을 잃게 되었지. 어때 그래도 도전해 보겠어?     


예리와 예니는 잠시 동안 망설였습니다. 아빠와 엄마를 구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자신들의 행복한 기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웠습니다. 그때 예리가 예니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습니다.      

예니야. 걱정하지 마. 우린 할 수 있을 거야. 네가 모르는 건 내가 말하고 내가 모르는 건 네가 대답하면 되잖아. 우린 예자매야. 실패하지 않을 거야.


그래. 언니. 도전해보자. 꼭 아빠와 엄마의 기억을 되찾아 줄 거야.      

자. 그럼 지금부터 문제를 낼게. 

첫 번째 문제야. 아빠와 엄마가 어릴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말해봐.     

우리 아빠는 어릴 때 할머니와 둘이서만 살았었어. 할아버지가 돈을 벌기 위해서 먼 나라에서 일을 하셨거든. 그러다 초등학생쯤 되었을 때 드디어 할아버지가 돌아오셔서 같이 살 수 있었어. 그때 할아버지가 직접 만들어주신 짜장면이 너무 맛있었대. 할아버지와 함께 먹을 수 있어서 더 맛있었던 거야. 그때보다 더 맛있는 짜장면을 그 이후로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셨어.      


우리 엄마는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동물원에 갔었어. 그때는 키가 작아서 동물을 구경할 때마다 할아버지가 목마를 해주셨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해달라고 졸랐대. 할아버지는 힘들다는 말도 없이 하루 종일 목마를 해줬다고 하셨어. 엄마는 그때가 너무 행복했다고 말하셨어.      


좋아. 첫 번째 문제는 둘 다 맞혔고 이제 두 번째 문제를 낼게.

아빠와 엄마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아빠는 음악을 좋아해서 가수가 꿈이었는데 노래를 잘하지 못해서 포기했었대. 그런데 아빠가 고등학교 때 힙합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심장이 막 뛰면서 너무 즐거웠대. 그래서 그때부터 아빠는 랩을 연습하기 시작했어. 노래보다 랩에 재능이 있었던 거야. 그래서 결국 대학교 때 친구들과 직접 노래를 만들어서 공연도 했었대.      


우리 엄마는 아이들과 항상 함께 지낼 수 있는 학교 선생님이 꿈이었어. 엄마는 자기가 잘 아는 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 좋았대. 그리고 피아노도 잘 치고 그림 그리기랑 만들기도 잘해서 동네에서 항상 인기가 많았대.      


제법인데. 두 번째 문제도 답을 맞혔어. 이제 마지막 문제를 낼게. 가장 어려운 문제 일거야. 이것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들이 담겨 있어. 누구나 이것을 통해 상상의 여행을 하고 그 안에서 기쁨, 즐거움, 슬픔 등을 경험하지. 항상 옆에 있었기에 소중함을 알지 못하지만 누구나 이것에 대한 많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어. 자, 이것은 무엇일까?     

언니. 이번 문제는 정말 어려운데. 나는 잘 모르겠어. 언니는 답을 알겠어?     

아니. 나도 생각이 나질 않아. 꼭 맞혀야 하는데. 어쩌지.     


궁금한 게 있는데 너희는 아빠와 엄마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있구나. 그 이유가 뭐야?     

응.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항상 아빠 엄마와 책을 같이 읽고 역할 놀이를 하면서 아빠와 엄마에 대한 많은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어.      

그래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보다 책을 읽고 우리가 다시 이야기를 지어내서 그림책을 만드는 걸 좋아했지.      

잠깐만. 언니 바로 그거야. 항상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서로 읽어줬던 그림책.     

맞아. 드디어 우리가 답을 찾았어. 정답은 그림책이야.     

          

그래. 정답이야. 언젠가는 이 답을 맞힐 수 있는 아이들이 올 거라고 생각했어. 이제 돌아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너희가 더 잘 알겠지. 나는 이제 점점 작아져서 눈에 보이지 않게 되겠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야. 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항상 머무르다가 다시 그들이 서로를 비난하고 싸우고 미워할 때 더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날 거야. 그걸 꼭 기억해.      


보라색 덩어리는 점점 작아지다가 결국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자매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종이에 아빠와 엄마의 가장 즐거웠던 기억, 이루고 싶었던 꿈, 그리고 예자매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순간들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종이들을 이어 붙여서 멋진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에게 한 장 한 장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친구들에게도 그림책을 만들어서 읽어주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사람들은 다시 행복한 기억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잠깐. 이 책을 다 읽었다면 이제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절대 화를 내지 마세요. 그러면 다시 무서운 분노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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