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때 어린이날 선물로 특별한 책을 사준 적이 있다. 특별한 책이 무엇이 있을까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아이들의 이름으로 책을 만들어 주는 사이트를 발견하였다. '내 이름이 도망갔어'라는 책인데 책 내용을 보면 어느 날 아이들의 이름이 사라져서 작은 공룡 친구와 함께 이름을 찾는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ㅇ'은 용을 만나서 찾게 되고 'ㄹ'은 라마를 만나서 찾게 되고 'ㅣ'는 기린을 만나서 찾게 된다. 자음과 모음에 맞는 동물들을 만나며 하나씩 찾아나가면 마지막에 이름을 완성하게 되고 알고 보니 함께 모험을 떠난 작은 공룡은 아빠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내용이었다. 책의 그 페이지에는 공룡의 얼굴 부분에 아빠의 사진을 함께 넣을 수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홍보했던 문구처럼 그 책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이었다. 나의 기대처럼 아이들은 그 책을 선물 받고 정말 기뻐했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주말이면 읽어달라고 나에게 가지고 온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쓴 특별한 메시지가 적혀 있다.
사랑하는 oo에게..
이 동화책은 너의 소중한 이름을 담고 있단다.
오직 너만을 위해 소중하게 만들어졌고, 너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란다.
네가 살아갈 이 세상처럼 말이야.
이 선물이 너에게 오래 간직되는 보물이 되면 좋겠다.
사랑한다.
-너의 행복을 바라는 아빠가-
이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책의 내용을 쓰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갇혀 있는 아이들이 불쌍해서 바이러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극복해 낸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내용으로 글을 썼다. '세상에 퍼진 바이러스를 아이들이 모험을 통해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내용을 써내려 가면서 아이들에게 중간중간 읽어보게 하고 어떤 내용을 넣었으면 좋겠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그 얘기를 반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 책에 들어갈 그림은 아이들이 직접 그리도록 하였다.
그림책의 내용을 완성하고 종이책으로 출간하기 위해서 여러 출판사에 투고를 해보았다. 일단 그림책과 동화책을 주로 출판하는 출판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투고를 위한 이메일을 적고 그곳을 통해서 약 10군데 출판사에 투고를 하였다. 그리고 2~3개월 후 출판사에서 하나둘씩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결론은 모두 해당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답이었다. 안타깝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좋은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하였다.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느 날부터 퍼지기 시작한 바이러스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화를 내게 된다. 예자매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친구들까지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슬퍼하던 중 창밖을 지나가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따라가던 예자매는 여러 가지 장애물을 만나지만 상상력과 용기로 모두 극복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세 가지 질문을 통해 바이러스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알아내게 된다. 그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화를 낼 때 생겨나는 분노 바이러스로 그 힘이 강해질수록 사람들의 즐거운 기억, 행복한 기억을 모두 없애버린다. 예자매는 마침내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집에 돌아와서 아빠, 엄아와의 즐거운 기억들을 그림책으로 만들어서 읽어준다. 그리고 다시 가족의 행복을 되찾게 된다.
처음 써보는 그림책이고 아이들의 상상을 함께 넣다 보니 완벽하진 않지만 우리 가족의 직접 만든 첫 번째 그림책이 완성되었고 지금 구상하고 있는 몇 가지 이야기를 더 완성해서 언젠가 진짜 종이책으로 만들어볼 예정이다. 아이들의 기억에 평생 남고 책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되는 좋은 게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