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전집은 부모들이 먼저 정해서 아이들에게 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가 어렸을 때도 어머니가 세계문학전집을 사주셔서 방안 책장에 한가득 꽂혀 있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한 권도 끝까지 읽은 적이 없었다. 일단 전집은 책이 두껍고 워낙 양이 많기 때문에 쉽게 책에 손이 가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전집은 일반적으로 비싼 돈을 주고 사기 때문에 아이들이 읽지 않으면 부모들은 화를 내게 된다. 사실은 아이들이 그 책을 사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중고서점을 이용한다. 집 근처에 있는 중고서점에서 일정 금액을 내면 일 년 동안 횟수에 제한 없이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번갈아 가면서 순서대로 읽고 싶은 전집을 직접 보고 고르게 한다. 요즘은 약 2주 간격으로 한 번씩 책을 바꿔주고 있다. 첫째는 주로 인물과 과학, 그리스 신화 등에 대한 만화책을 많이 선택하고 둘째는 아직 어려서 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 시리즈를 고르곤 한다.
책이 일 년 내내 책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이 지나면 바뀐다고 생각하니 전집이라 하더라도 부담 없이 계속 꺼내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골랐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고 읽는다. 특히 둘째는 조금 예민하고 감성적인 아이라서 'EQ의 천재들'이라는 책을 매우 좋아했다. 사람들의 수많은 성격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서 전집으로 만든 책인데 하나하나의 성격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나중에 특이한 성격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더라도 거부감을 갖지 않고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