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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킹글리쉬 Oct 30. 2020

파닉스, 절대로 공부시키지 마라

주위 사람들에게서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파닉스, 꼭 해야 하나요?"


“파닉스는 언제 해줘야 하나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영어 하면 파닉스! 파닉스가 기본이다! 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물어보는 것 같다. 보통 아이를 영어 학원에 처음 보내는 시기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 이르게는 6-7세 정도. 그 동안 영어 인풋이 많아 영어 말하기도 자연스럽게 되고, 문자도 빠르게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이 경우 학원에서는 으레 '파닉스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라는 말을 할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파닉스는 5, 6세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가 7세, 초등 저학년이 되었는데도 파닉스조차 떼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조급한 마음에 영어를 파닉스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출처 Pixabay @geralt


파닉스를 언제 배워야 하나요?에 대한 물음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닉스를 하기에 적기는 아이마다 다르고, 아이의 영어 단어량이 충분할 때 시작해야 뒷탈이 없다. 뭐 이런 애매모호한 답변이 있어? 싶지만 이게 정답이다.



파닉스는 필요하다. 하지만 파닉스가 메인이 되면 안 된다.



파닉스는 단어가 가진 소리, 발음을 배우는 교수법이다. 한글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ㄱ은 '그' ㄴ 은 '느' 라는 소리가 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처럼 a는 '아' b 는 '브' 소리나는 것을 인지하고 글자와 매칭하는 게 영어의 파닉스인 것.

영어 단어량이 많지 않은 5세 아이 붙잡고 a 는 '아',  b 는 '브' 소리가 나는 거야~ 하면서 백 날 알려줘봐야? 쇠 귀에 경 읽기다. 단어도 모르는데 파닉스 규칙부터 들이대면 아이는 단어와 발음을 동시에 습득이 아닌 학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영어를 거부하게 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이 시기에 파닉스는 큰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아이가 문자에 느린 경우라면, 파닉스 가르치려다 '영어와 영원히 안녕'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수도 있다.








사진 출처 Pixabay @Mediamodifier


첫째를 키우면서 한글을 언제 알려줘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고민을 오래 할 새도 없이 5세 때 어린이집에서 이따금씩 가나다라를 써 보고, 6세 때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편지를 쓰면서 한글을 뗐다. 기역, 니은 하면서 자음과 모음을 따로 배운 것이다. 하지만 자음과 모음을 응용해서 글자를 써본다거나 하는 과정은 건너뛰고, 어느 순간 통문자로 글자를 읽고 썼다. 어린이집에서 하루에 2-3분씩 글자 따라써보기 활동을 한 것이 도움이 아주 안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동안의 노출이 한 데로 모아져 통문자로 인지해서 깨우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 방법/과정이 가능했던 건, 첫째의 단어량/언어량이 충분히 받쳐준다는 전제조건 덕분이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영어책 많이 읽어주고, 영어 영상 노출해주는 등 평소에 영어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풋을 주었다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파닉스 음가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인지를 한다는 의미는 A가 ‘a’란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기 보다는, 그 소리가 나는 단어들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다는 의미다. 파닉스는 그 때 한 번 훑고 넘어가줘도 늦지 않는다.



첫째가 한글은 6살 무렵 이미 뗐지만, 영어 파닉스는 일부러 공부시키지 않았다. 평소에 영어 노출이 충분히 되어 있고 영어로 자기 의사표현이 가능했음에도 말이다. 그렇다고 아에 노출을 안 해준 건 아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만 해줬다. 지나가다가 apple 이란 단어가 나오면 'a' 소리가 나~ 하면서.









사진 출처 Pixabay @ddimitrova


파닉스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또 나오는 이야기들 중 하나는


“우리 애가 '파닉스'만 1년을 했는데 아직도 파닉스를 못 떼었어요."



만약 우리 애도 이런데?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반성해야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파닉스는 단어가 가진 소리를 배우는 교수법이다. 파닉스'만' 해봐야 소용이 없다. 알파벳이 단어 안에서 어떻게 소리나는 지를 깨우치는 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의 단어량이 절대적으로 뒷받침 되어줘야 한다. 단어를 제대로 발음할 줄 안다면 시간이 지나면 영어를 계속 눈으로 보고 써보면서 자연적으로도 구분이 가능해진다. 교정은 이 때 가서 해 주는 게, 엄마의 정신건강을 포함해 여러모로 좋다.


아이의 단어량이 부족한데 파닉스부터 뗀다?


순서가 틀렸다.



아이 단어량이 늘지 않으면 파닉스를 아무리 파도 소용이 없다. 당연한 얘기. 단어가 무슨 의미인 지 모르는 애한테 글자 들이대고 이 글자는 ㄱ, ㅣ, ㅊ, ㅏ 가 모여서 '기차'라는 소리가 나~ 하고 알려주면 의미가 있을까?



파닉스는 잠시 기억에서 접어두고, 생활 속에서, 책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단어량을 더 늘려주는 게 맞다. 다만, 단어를 얘기할 때 아이와 함께 car 는 '크' 소리가 나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지시켜 주어라. 그러면 어느 순간 아이도 모르게 엄마도 모르게 파닉스, 적어도 첫 시작하는 알파벳 음가는 자리잡아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Pixabay @FrancineS0321


파닉스는 소리를 인지하고 글자와 매칭을 하는 '읽기'의 영역이다.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나이를 생각해보자. 조금 이르면 4살 정도, 대개는 5-6세에 한글을 가르친다. 이미 한글 인풋이 충분히 있는 상태이기에, 글자와 소리를 매칭하는 과정만 더해주고, 한글을 하나둘씩 읽어나갈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어째서 제2외국어인 영어 '파닉스'는 모국어 읽기도 안 된 시점, 심지어는 영어 인풋이 충분하지 않은 시점부터 시작하게 하는가?



파닉스, 절대로 공부시키지 마라. 아이가 영어 노출이 충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언어의 시작은 '듣기'다. 파닉스 역시 듣기가 채워져서 인풋이 쌓이면, 그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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