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롭게 연락해서 시시덕 거릴 수 있는 브라질지언인, 태국인인, 타이완인인, 마다가스카르인인, 일본인인, 중국인인, 멕시칸인, 페루인인, 콜롬비아인인, 에콰도르인인, 이란인인, 터키인인 친구들이 생겼다.
처음만난 친구들과 오로지 영어로 대화하며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친구의 집에 초대되어 파티를 했고, 음식을 만들어주고,
친구들이 소개해주는 그 나라 음식을 먹어봤다.
브라질리언 음식
인도의 스낵과 중국의 국수
그들의 문화가 한국과 얼마나 다른지 배웠다.
내 세상이 얼마나 좁았는지도.
(단적으로 콜롬비아는 계란프라이와 케첩을 같이 먹지 않고, 브라질리언들은 기본적으로 하루에 세번 샤워를 한단다. 상상도 못해본 다름.)
그 뿐인가, 어쨌든 인터뷰 기회도 얻었다. 아직 좋은 결과는 못 얻었지만 어라, 하면되네? 하는 긍정의 감각은 아마 평생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내 인터뷰 이야기는 내 친구들에게도 영감을 줬다.(고 확신한다.)
나의 워홀생활 중간평가
나에게 주어진 워킹홀리데이는 1년이다. 그리고 지금 그 반이 흘러가고있다.
'1년 동안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알바와 여행 뿐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1년은 짧아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1년은 너무 길어서 네 인생의 절반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어쩌면 1년 후, 그러니까 대략 7개월 후에는 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어쩌면 내 가족의, 내 회사 동료의, 내 상사의, 내 지인들의, 혹은 지나가던 사람들의 말대로 내 선택은 잘못되었고, 그 때가서 왜 워킹홀리데이에 가서 그것만 하고 왔을까 하고 후회할 수 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또 한번의 기회를 얻어서 캐나다에서 살게될 수 도 있다.
아무튼 온갖 저주와 위협을 들어가며 나와있는 것치고는, 지금까지의 캐나다 워홀라이프의 자평은, '나쁘지 않다'. 그리고이 경험을 한국에서 적용해서 커리어적 성장을 노려 볼 수 있겠다, 정도.
한국 학생들이 캐나다 워홀을 후회하는 이유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 어떻게 한국의 모든 면을 사랑하겠나, 그냥 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한거지.
동시에 캐나다의 이 느긋한 무드(아직까지는 여행객과 한 달 살이의 중간에서 느낄 수 있을)도 좋아한다.
캐나다의 TTC(대중교통)는 절대 좋아할 수 없지만.
(연착이 일상이지만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 버스와 역안에서조차 모바일 데이터가 제대로 터지지 않는 지하철 이야기는 다음에 해보겠다.)
그러나 어학원을 다니면서, 분명히 캐나다의 '느긋한 무드'에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이 보았다. 한국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캐나다를 좋아할 수도 없다는.
제목에 대문짝만하게 '한국 학생들'이라고 적었지만, 이 것은 모든 이방인들이 함께 겪는 어려움이다.
힘들어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공통점은 '음식'과 '시간', '외로움'이었다.
그 중에서도 시간과 외로움의 문제.
자국에서는 항상 바빴고 누군가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이 곳에서는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친구(그룹)을 만들고,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하고, 돈을 쓰지 않으면 할 수 있는게 없는, 그래서 어학원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넷플릭스만 본다는 이야기.
혹은 어학원을 다니지 않고 바로 일자리를 찾았지만,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과정이 한국의 삶과 너무 다르지 않아서 회의감이 든다는 이야기. 또는 일자리를 구했지만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갖고도정규직을 얻기 힘든 상황이 마음을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
그래서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 아니면 여기서 계속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계획은 없어도 괜찮았다. 그러나 취향은 있어야했다.
앞에서 말했지만, 다음 이야기는 내가 어학원에 다니고도 외톨이었던 이야기다.
나는 꽤 독립적인 사람이다.
친구와 함께 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꼼지락 꼼지락 뭔가를 하느라 항상 바쁘고, 혼자 돌아다니거나 먹거나 놀거나 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었는데도 갑자기 늘어난 시간은 압박이 됐다. 하던 일이 없어지고, 나와 함께 해주던 친구들이 갑자기 0가 되는 경험, 내가 쌓아올렸던 것들이 이제 없다는 경험은 사람을 꽤 황망하게 만들었다. 그것에 고작 1년짜리일 뿐일텐데도 그랬다. 아마 마케팅 칼럼 기고나 컨텐츠 제작일까지 모두 버리고 왔다면 더 망연해졌겠지.
나의 경우, 갑자기 비어버린 시간과 관계를 규칙적인 취향으로 채우는 것이 꽤 도움이 됐다.
매주 운동을 나가고, 그림을 그리고, 도서관에서 취향에 맞는 무료 수업을 찾아다니고.
빈 관계와 시간을 규칙적인, 혹은 규칙적이지 않은 취향으로 채우고 나서야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그사람은 각각 다른 삶을 산다. 그러니 나의 답은 당신의 답이 아닐 수 있다.
5개월짜리 우물안 개구리 일기
여기까지가 나의 5개월까지의 중간 평가다.
그리고 1편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마무리하고자 한다.
잘 보고 있다가, 잘되면 교사 삼고 못되면 반면교사 삼으라고.**
나의 온갖 경험 중 긍정적인 결과들이 이 글을 보는 이들에게 전달되기 바란다. 긍정은 긍정을 부르고, 내 긍정은 내 주변을 긍정적인 사람들도 채워줄 것이라고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