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마케터의 직업적 능력과 직업 윤리의 괴리
아, 일단 판매하는 상품은 다 마케팅 상품이 아니냐고?
물론 그렇다. 그렇긴 한데...
마케팅 시장의 전반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오래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 모든 마케터들이 그렇게 말하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있던 팀에서는 '마케팅 상품'이라고 칭하면 대충 알아듣는 무언가가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기능하는 제품이 아닌데 그렇다고 광고하거나, 효과가 검증되긴 했는데 그게 말도 안되는 것으로 부풀려졌거나, 깜짝 놀랄정도로 자극적인ㅡ그러나 소비자가 왜 반응하는지는 납득이 가는ㅡ광고로 판매되는 제품들.
제품 기획 단계에서 약간의 기능이 부풀려져서 기획되었을 수도 있고, 제품은 일반적인데 마케팅/광고/영업부서에서 포지셔닝(제품의 어떤 특성을 포인트로 잡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을 그렇게 했을 수도 있고...
마케팅 부서의 온라인 담당자로 일하면 필연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할수 없게(이용하지 않는 것x, 이용할 수 없는 것ㅇ)된다. 역시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난 그랬다. 왜냐면 광고 레퍼런스를 받아야하니까.
누가 공짜 레퍼런스를 돈내고 거절하지?
아무튼, 유튜브든 인스타그램이든 광고를 끊임없이 보다보면 항상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 '마케팅 상품'들을. 항상 우리가 잘 모르는 브랜드(제품=브랜드 단위의 상품을 파는 소규모 회사)만 그런 것도 아니고, 때로는 유명인사들의 이름이나 유명 브랜드의 이름을 빌려 세상에 나오기도한다.
마케터로서, 이런 광고를 만났을 때 해야하는 일은?
1. 상품 퀄리티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한다.
2. 광고 퀄리티나 광고 문구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한다.
3. 광고와 상품에 윤리,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해당 상품의 기획 의도, 마케팅 전략과 광고 컨텐츠를 분석한다.
정답은? 당연히 3번이다.
상품에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그 마케터는 어쨌든 소비자에게 어필할 만한 포인트를 찾아낸 것이니까.(광고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그러나 어떻게 공과사를 그렇게 칼 같이 분리해낼 수 있을까? 외부에서는 그렇게 보일망정, 사람의 마음이란게 그렇게 똑 떨어지는게 아닌데. 그러니까 상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다가도 음, 그렇군...하고 수많은 말 줄임표를 머릿속에 띄우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한다. 이거 하나하나 뜯어보면 말이 안되는데, 이게 정말로 이렇게 많이 팔린다고? 그게 가능해?
마케터로서의 나도 대문자T지만, 소비자로서의 나도 대문자T다.
그리고 그런 내가 가장 괴로운 순간이 언제냐면, 광고를 보면서 혀를 찼던 그 상품이 부모님께 배달와있을 때다......
쇼핑으로 낭비하시는 성격도 아니고, 비싼 걸 예산 넘겨 마구 사시는 성품도 아니시니 그거 하나 사서 행복하진다면 저는 다 오케이입니다, 하는 부처의 미소를 띄운다.
그러나 은근슬쩍 남긴 그거 효과없다는 말은 당연히 안먹히고, 그거 말고 다른 건 어떻냐는 대놓고 말하는 말도 안먹히고. 아, 상품의 타겟이 우리집에 있었지 말입니다.
그리고 확신도 한다. 그 광고(혹은 캠페인 전략), 효과가 있었군.
마케터의 임무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다(사기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소비자의 뇌는 생각한다. 물건 구매할 때, 조금만 더 생각해보는게 어때...?, 아주 조심스럽게.
차라리 아무 생각없이 마케팅에만 집중할 수있으면 좋을텐데.
한 10년차정도가 되면 이 양가감정도 언젠가는 뭉툭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