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다로 놀러오세요 (2025.3.11.)
온다던 비 소식은 온데간데없고, 하늘은 푸르고 바다색은 예쁘다.
여전히 눈에 담기는 것만큼 찍지는 못하지만.
준비, 땅. 하고 달리기하던 때가 생각난다.
꼴찌만 하지 말자고 죽어라 뛰어도 늘 꼴찌였던 국민학교 시절이.
왜 그렇게 달리기를 못했나 모르겠다.
천성이 느린 거와 달리기는 다른 게 아닌가.
백사장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연인 사이일지 모르는 남녀.
아직 몸을 맡길 순 없는 드넓은 바다를 앞에 두고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제주 바다에 온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중일까.
몽글몽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하늘과 땅의 경계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수평선.
수평선이 모호한 날은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눈을 가늘게 뜨고 보게 된다.
가뜩이나 눈도 좋지 않은데, 오늘은 선이 딱 보이니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지난 주일, 여성의 날이라고 성당에서 여성 교우들에게 장미 한 송이씩 줬다.
나와 딸아이, 그리고 다른 자매님이 주신 것까지 세 송이를 사무실 책상 앞에 두었다.
화병이 없어 분리수거장에서 주워 온 플라스틱 페트병에 꽂았는데,
그래도 예쁘다.
노란 장미, 흰 장미, 빨간 장미.
색이 다 달라서 더 예쁜가.
수입 장미라서 그런가. 꽃잎 끝에 그라데이션으로 다른 색을 띤다.
아무튼 꽃은 언제 봐도 예쁘다.
언제 받아도 좋고.
봄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