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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곽지 바다

봄바다로 놀러오세요 (2025.3.11.)

by 소예


온다던 비 소식은 온데간데없고, 하늘은 푸르고 바다색은 예쁘다.

여전히 눈에 담기는 것만큼 찍지는 못하지만.

준비, 땅. 하고 달리기하던 때가 생각난다.

꼴찌만 하지 말자고 죽어라 뛰어도 늘 꼴찌였던 국민학교 시절이.

왜 그렇게 달리기를 못했나 모르겠다.

천성이 느린 거와 달리기는 다른 게 아닌가.


백사장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연인 사이일지 모르는 남녀.

아직 몸을 맡길 순 없는 드넓은 바다를 앞에 두고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제주 바다에 온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중일까.


사본 -20250311_120118.jpg 쉼터(3.11. 12:03)


몽글몽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하늘과 땅의 경계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수평선.

수평선이 모호한 날은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눈을 가늘게 뜨고 보게 된다.

가뜩이나 눈도 좋지 않은데, 오늘은 선이 딱 보이니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지난 주일, 여성의 날이라고 성당에서 여성 교우들에게 장미 한 송이씩 줬다.

나와 딸아이, 그리고 다른 자매님이 주신 것까지 세 송이를 사무실 책상 앞에 두었다.

화병이 없어 분리수거장에서 주워 온 플라스틱 페트병에 꽂았는데,

그래도 예쁘다.


노란 장미, 흰 장미, 빨간 장미.

색이 다 달라서 더 예쁜가.

수입 장미라서 그런가. 꽃잎 끝에 그라데이션으로 다른 색을 띤다.

아무튼 꽃은 언제 봐도 예쁘다.

언제 받아도 좋고.


봄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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