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 곽지 바다

3월에 눈이 내리면 (2025.3.18.)

by 소예

어제 분명 날이 요상하다고 했는데 오늘, 정점을 찍었다.

미친 바람과 함께 눈발이 마구 날렸다.

콜라비 밭에 눈이 내렸다는 지인의 톡에 말도 안 된다고 한 지 십여 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말이 안 되는 일이 자꾸 일어난다.


상주에 사는 고모와 잠깐 통화했는데,

친한 지인이 육십이 다 된 나이에 처음으로 제주 여행을 갔단다.

어제 출발했는데 눈이 내린다는 내 말에 고모는 그 지인을 걱정했다.

당신은 내일 당장 암 수술이 예정되어 있으면서.

편안한 목소리가 안심이 되면서도 지인 걱정을 하는 고모의

착한 마음이 내게 전해졌다.


눈 내리는 봄 (3.18. 10:53.)


성당에서 전례를 담당해 주시던 형제님이 돌아가셨다.

작년 7월부터 병상에 있었으니,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고통을 감내하고 계셨다.

괜찮아. 이제 갈 때가 된 거지.

울먹이던 언니의 목소리가 점차 담담해졌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눈을 그렇게 뿌리셨을까.

지나고 보니 형제님이 눈을 감으신 시각에

나는 눈을 맞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무뚝뚝하고 엄격해 보이던 전례 담당 형제님이

우리 아이가 처음 복사 서던 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뜻깊은 날인데 아이 사진 좀 찍어줘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분인지 몰랐다.

경건한 미사 시간에 사진을 찍으라니.

형제님도 인간이셨구나,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점점 야위어가는 형제님과 눈을 맞추는 게 힘들었었다.

그때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드릴걸.

음식 드실 수 있을 때 더 많이 해 드릴걸.


한동안 많이 울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