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물감을 뿌려놓은. (2025.4.2.)
오늘은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적당히 예뻐야지.
꾀임에 잘 넘어가서 큰일이다.
투명한 물결 아래 모래알이 다 보이고
풍력 발전기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설레게 이쁠 일이냐고.
별일 없을 오늘,
아침부터 별일이 생겨버렸다.
총총 예쁜 바다 덕분에.
지난주 회사에서 분리수거장을 다녀오다가 발견한 꽃이다.
내 몸은 곰처럼 큰데,
왜 이렇게 작은 꽃에 마음이 흔들리는지 모르겠다.
몇 해 전, 북 카페 마당에서 본 애기별꽃이 예뻐서
오일장 가서 같은 꽃 화분 몇 개를 사 왔다.
볕이 얼마 들지 않는 아파트 1층 베란다에서
아이는 조용히 시들고 말았다.
이렇게 하늘만 보이면 어디서든 피는 꽃인데.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거대한 행성조차 쉬지 않고 돌아가며 균형을 잡아나간다. 작은 떨림에라도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으면 균형을 잡을 수 없는 외줄 위의 줄꾼처럼, 안간힘을 써 가며 삶의 중용을 추구하는 일은 어쩌면 모든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소란을 다스리는 철학의 문장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