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자
'집 떠나면 고생이다'라는 말, 파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가볼 곳이 많고 즐길 거리가 많다고 하더라도 내 몸이 아프니 다 소용없어졌다. 오늘처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걸 보니 파리의 날씨가 떠오른다. 맑았던 여름날이 가고 가을이 되면서부터 파리 날씨는 우울한 비수기에 접어든다. 비가 유독 많이 내려 공기가 늘 축축하고 온도는 내려가 서늘해지니 뼈속까지 시린 추위를 경험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일 년에 걸릴까 말까 하던 감기를 파리에서는 몇 달 내내 달고 살아 참 고생스러웠다. 응급실에 실려갈 만큼 아픈 적은 없었지만 콜록콜록 기침과 함께 냄새를 못 맡을 정도로 꽉 막힌 코, 간질간질한 목으로 고생 좀 했다. 아휴,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몸이 아프니 그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예약을 해야 한다고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하지만 파리에서는 병원에 쉽게 갈 수 없었다. 파리의 의료 시스템은 한국과 전혀 달랐다. '예약'을 해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예약을 하고 약속한 시간에 방문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당일이나 다음 날 진료가 가능한 곳은 거의 없었다. 어떤 곳은 몇 주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지금 당장 아픈데, 어떻게 기다리라는 거지?
상비약은 필수
파리에서 사는 동안 감기 정도의 아픔은 약으로 해결했다. 다행히 파리의 약국에는 약이 정말 다양하고 효과도 좋은 편이었다. 증상을 말하면 약사가 약을 추천해주니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평소 감기약 정도는 상비약으로 미리 구매해두는게 좋다. 으슬으슬 몸살이 오면 약을 사러 가는 것도 힘드니까. 감사한 건, 파리에 있는 동안 크게 아프지 않고 무사히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파리에 길게 머무른다면 건강 보험에 가입해두어야 한다. 하지만 짧게 파리에 머무르거나 한 달 살이를 할 경우에는 파리의 약국에서 약을 구매해 먹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