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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희 Sep 22. 2022

당당한 자폐 13

자폐는 완치가 되나요?

"자폐는 완치가 되나요?"

내 아이가 어렸을 때 나도 이 질문을 했다.

그러나 공부를 마친 지금, 

이 질문은 참 생경하게 느껴진다. 


의사 선생님들은 매우 미안한 태도로

"자폐는 완치가 어렵습니다."

라고 이야기하시지만

자폐가 병이 아니라고 이해하는 나는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자폐 아이도 정상 아이처럼

어려움 없이 학교도 다니고 

남들에게 더 사랑받고 인정받고

공부도 더 잘하고

사회생활도 잘할 수 있을까요?"

일 것이다. 



요즘에 많은 자폐인들은

자폐를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인종, 성별, 성적 취향과 같은

인간의 다양성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자폐를 자신의 정체성에서 

분리할 수 없으며, 

자폐인들은 특유의 (autisic)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들에게

자폐로 여겨지는 모습들을 지우는 것은

본인들의 가장 근본적인 

정체성을 부정당하는 것이며

자폐를 치료하거나 제거한다는 희망은

자기들이 소멸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폐가 완치되나요?"

라는 질문은,

(치료를 통해)

"동양인이 백인이 될 수 있나요?"

"여자가 남자가 될 수 있나요?"

"이성애자가 동성애자가 될 수 있나요?"

라고 질문하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모든 비정상 혹은 비주류가

정상 혹은 주류가 될 수 있냐는 질문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이 질문을 주로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에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자폐인들의 입장에 

(당연히 모든 자폐인들의 입장은 

아니다. 치료를 원하는 자폐인들도

물론 존재한다.)

가장 반대하는 그룹은 바로 부모들이다. 


미국의 가장 돈도 많고 힘도 센

자폐 모임인 Autism Speaks는 

자폐인의 부모님으로부터 시작된 

단체인데, 이 단체는 매년 어마어마한

양의 기부금을 자폐 원인 규명과 치료법

발견에 쓰고 있다. 


내 아이가 남다르지 않게 크기를

원하는 부모의 마음은 너무나 이해 

이해가 되고, 또 그 마음이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인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이에 대해 자폐인들은

이 돈이 자신들을 좀 더 이해하고

자신들이 세상과 소통하도록

쓰이기를 바라며, 

치료나 원인 규명보다는

더 많은 제도의 개선과 

사회적 차원의 도움을 

원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폐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다리를 못쓰는 사람에게 

재활치료만을 제공하고

언제 나을지 모르는 다리로 

계단을 올라가라고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차라리 휠체어도 주고,

램프도 만들고, 

문도 넓히고, 

엘리베이터도 만들어서 

이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자폐는 질병이 아니라 

장애이기 때문에 한평생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개인에 따라서 이 부분이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겠지만,

분명히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도 있고, 

학업 성취나 구직에도

당연히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치료나, 그들의 개인적

의지만으로 그들은 세상에서

잘 살 수가 없다. 

그들도 함께 가는 세상이 되도록

그들의 부족하고 비정상이라고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 차이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게

꾸준히 교육을 제공하고, 

그들의 차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모두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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