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메모장
"신팀장님, 어제 이야기한 것 어떻게 되고 있어요?"
심임 팀장시절, 회의 중 임원과의 대화창에 알림이 오면 '읽음' 표시가 나오지 않도록 미리 보기만 확인하고 담당 팀원과의 대화창에 동일하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OO님, 어제 말한 것, 진행상황이 어때요?", 답이 없습니다. 처음 아내를 만날 때 카톡의 1이 없어지고 답이 오기를 이만큼 기다렸을까요? 속이 타들어갑니다. 그래도 심난하지 않은 척 우아하게 휴대폰을 꺼내 소곤소곤 전화를 합니다. "OO님, 진행상황이 어때요? 메신저로 지금 바로 부탁해요"
왜 이렇게 빠르게 답을 하고 싶었을까요. 팀장으로서 팀전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가 여기서 판가름 난다고 생각했던 거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요? 이 하나의 답을 망친날엔 나의 전체를 부정당한 것 같아, 술 한잔에 불안함을 달랬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프로젝트의 성과가 꽤 좋아 한참 자신감에 차있다, 예상치를 밑도는 데이터가 나오는 날이면 그동안의 점프했던 것만큼 곤두박질칩니다. 그저 단 하루, 단 한주의 데이터인데 말이죠. 한참을 고민 어린 얼굴로 다니다 데이터가 좋아지는 날, 그제야 팀원들에게 농담을 건넵니다. 조용하던 사무실에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고 팀원들의 얼굴이 모니터 위로 올라옵니다.
"일희일비하지 마, 멘탈 잡아"
'팀장'이라는 위치가 적응이 될 즈음, 내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은 날이면 하루일과를 정리하는 메모장 마지막엔 이 문구를 적어두었습니다. 저를 일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던 성취에 대한 집착이 팀장이 되고 보니 팀분위기를 망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저 개인의 티 나지 않았던 '일비'가 팀 전체의 '비'가 되어버리니 유리 같은 멘탈이 부서지기 전에 코팅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결국엔 자기 효능감!
저는 팀장으로 살아가는 것은 쉼 없이 달리는 정신적 마라톤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거리를 완주하기 위해선, '페이스 메이커'(pacemaker) 또는 '레빗'(rabbit)이라고 불리는 경주 초기에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여 주자들이 목표 시간에 맞춰 경주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주자가 필요하듯, 리더십에도 자기 효능감을 유지할 수 있는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일희일비를 줄이고, 새로운 도전에 당당히 맞서고, 어려움 속에서도 회복력을 발휘하게 될 테니까요.
여러 서적을 뒤적이며 찾았던 저만의 '멘탈 페이스메이커' 두는 방법을 제안해 보려고 합니다.(S.E.T)
1. Silence for Start - 업무시작 전 혼자만의 시간 10분
2. Energy Exercise - 강도에 상관없이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
3. Tranquil Time-out - 업무 종료 후 자기 성찰의 시간 10분
[Silence for Start - 업무시작 전 혼자만의 시간 10분]
매일 아침, 혼자만의 시간으로 하루를 준비하세요. 이 10분은 분명히 단순한 조용한 시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것입니다. 전날의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고, 하루를 계획하며, 오늘의 업무에 임할 자신감을 쌓으세요. 이렇게 정성스레 준비된 마음가짐은 오늘 하루의 도전에 강력한 추진력이 되어 줄 것입니다.
다음의 단계들을 따라 해 보세요:
- 조용한 공간을 찾아 가능하다면 모든 전자기기를 OFF 하세요.
- 깊게 호흡하며,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세요.
- 당일에 달성하고자 하는 세 가지 목표, 어제 있었던 긍정적 경험(감사한) 중 세 가지를 생각하고, 이를 기록하세요.
[Energy Exercise - 강도에 상관없이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
규칙적인 운동은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꾸준한 신체 활동이야 말로 우리의 자신감을 키우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을 축적하게 만들죠. 하지만 시간을 내어 운동할 수 없다면, 짬이 나는 시간에 반드시 간단한 스트레칭, 산책을 꾸준히 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활동을 추천합니다:
- 돈을 내고 배울 수 있는 스포츠에 등록하여 시간을 투자하세요.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 아무리 정신없는 일과일지라도 2시간에 한 번은 스트레칭을 하세요.
- 점심식사 후엔 가능하다면 짧은 거리라도 산책을 하고 돌아오세요.
[Tranquil Time-out - 업무 종료 후 자기 성찰의 시간 10분]
하루의 마무리 시간을 잠깐만 투자하세요. 이 짧은 시간의 마무리는 다시 찾아올 내일을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날의 경험에서 배운 교훈을 통해 내일의 행동을 개선할 방법을 찾고,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 줄 것입니다.
다음 단계를 시도해 보세요:
- 아침과 동일하게 조용한 공간을 찾아 모든 전자기기를 OFF 하세요.
- 깊게 호흡하며,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세요.
- 오늘 있었던 일 중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생각하고, 개선할 점에 대한 간단한 계획을 세우고 기록하세요.
"일희일비하지 마, 멘탈 잡아"라는 저의 메모는 이제 단순한 조언을 넘어, 저만의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만드는 실천의 방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꼭 제가 제안드린 방법이 아니더라도,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잠깐의 시간이라도 투자하시길 강력하게 권유드립니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이니까요.
참 팀장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이 시대 팀장님들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