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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한아빠 Apr 16. 2024

프롤로그

팀장의 메모장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목표는 팀장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적당히 세상을 아는 나이, 한 팀을 통솔하는 리더십, 자기의 철학이 명확한 자신감, 어린 나이에 팀장님은 참 멋있는 존재였죠. 그로부터 10년 즈음이 흘러 팀장이 되었을 때, 드디어 나의 전성시대가 열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몸짱 갑옷이라도 얻어 마음껏 해변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날아갈 것 같다로는 부족한 느낌의 감정이었습니다.


 팀장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면 많은 분들이 얼떨결에 팀장이 되었고, 우연히 승진이 되어 왁자지껄 적응해 가는 과정을 묘사하는데, 가히 10년 동안 팀장이 되는 것을 바래온 저로써는 준비가 그래도 80%는 된 사람이라고 자부하며 팀장직은 신나게 받았던 부끄러운 기억이 나네요.


 준비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이었는지를 깨닫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면서 팀장을 맡았기 때문에 루틴 하게 돌아가는 것이 하나도 없이 모든 기준을 새로 적립해야 했습니다. 적당히 세상을 아는 나이였지만 전혀 모르는 세계관을 만들어야 했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 고민했고, 철학을 세울 시간도 없이 업무가 몰아쳐 왔으니까요.  


 저를 포함해 3명으로 시작한 팀을 자리 잡게 하기 위해 밥 먹으러 가는 시간도 아까웠습니다. 제도가 안정화되기까지 새벽에도 전화를 붙잡고 설명하기도 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기준을 공지하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팀이 정착하고 안정화되고 성과를 내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제가 가장 신뢰했던 친구가 조용히 저에게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팀장님, 저 너무 지쳤어요. 힘들어요.


 순간 귀에서 삐 소리가 들릴 정도로 너무나도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준비되었다는 팀장은 팀원들이 얼마나 갈리고 있었는지를 전혀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나는 나보다 팀을 생각하는 팀장이 될 거야"라는 큰 포부로 시작했던 팀장은 오로지 나를 돋보이기 위해 팀원보다 팀장을 생각하는 팀이 되어있었습니다. 팔로워십만을 강요하는 팀장. 딱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정의였어요.  


 그때부터 0에서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팀원들을 위해 어떤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어떻게 같은 방향을 바라볼지, 어려움이 있을 때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게 할지 등 근본적인 고민을 그제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오로지 리더의 칭찬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팀원들에게 의지가 되는 팀장이 되고 싶어 졌고, 좋은 중간자의 역할에 집중하고 싶어졌습니다.  


 팀이 커져가는 만큼 성과를 기반으로 팀원확충을 리더에게 요청하고, 탑다운으로 진행되었던 업무지시를 합당한 사유를 포함하여 지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1 on 1의 시간은 반드시 지켰고, 저의 리더의 말을 노트하는 것처럼 팀원이 요청한 것들을 메모해 실행했습니다.  


 그 결과 팀은 그럴듯하게 자리 잡아 3명으로 시작한 팀은 11명이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저는 프로모션이 되었고, 파견직으로 시작한 직원은 정규직이 되었습니다. 결국 같이 성장하게 된 것이죠. 저는 리더십이 강력하다는 말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결국에 그 리더십을 인정하는 팀원들에 의해서 리더십의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닐까요?


 이 연재는 팀장으로 어떻게 성과를 내야 하나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제가 메모해 두었던 팀원들과 겪은 크고 작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 팀원과 함께하는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할 계획입니다. 팀원들의 지지가 명확한 팀장에게는 성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테니까요.  


'팀장의 메모장'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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