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쳤었던 일들

나도 미쳤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by Dean

사람마다 고민은 다르다.

누구는 돈, 누구는 사랑, 또 누구는 일로 고민한다.

나의 요즘 고민은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은 일’이다.


그래서 문득, 내가 진짜 몰두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떠올려 보았다.

언제 내가 미쳐 있었을까.

기억을 거슬러 학창 시절로 돌아갔다.


내가 처음 빠져든 건 컴퓨터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무도 모를 DOS를 배웠다. 검은 화면에 명령어를 쳐야만 작동하던 시절이었다.

아마 지금처럼 터치를 쓰거나 흔히 사용하는 윈도우 / 맥과 같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의 운영체제를

태어날 때부터 사용했던 친구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옛날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던 1995년, Windows95가 세상에 나왔다.

그때 다니던 컴퓨터 학원엔 ‘윈도우 전용 교실’이 생겼고,

디지털 네이티브인 요즘 아이들은 배울 필요도 없는 우클릭, 드래그 앤 드롭 등과 같은 기능들을 배웠다.

점점 컴퓨터에 빠져 들게 되었고 내 초등학생 때의 장래희망은 '프로그래머'였다.


Window98이 출시되었고, 마침내 우리 집에 윈도우가 깔린 컴퓨터를 가자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생인 나이에 꽤나 잘 다뤘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컴퓨터를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던 것 같다.

부모님은 주말마다 용산전자상가에 나를 데려가서 컴퓨터 가게들을 구경했다.

유튜브가 없던 시절이니 배울 곳은 현장뿐이었다.

특히나 부모님 단골 컴퓨터 가게에서 사장님이 해체하고 조립하고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각종 드라이버를 설치해서 완성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고,

집에 돌아오면 나는 그날 배운 것들을 집에 있는 컴퓨터로 '실습'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유일한 컴퓨터 한 대를 망가트리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한 번도 컴퓨터를 망가트렸다고 화를 내시지 않았다.

다시 나를 용산 전자상가로 데려다주셨다. 그런 부모님에겐 지금도 감사할 뿐이다.


이게 내가 처음 기억하는 미쳐있었던 경험이다.


이후에도 돌이켜보면 나는 늘 무언가에 빠져 있었다.


컴퓨터, 음악, 글쓰기, 사람들.

어떤 대상이든 ‘궁금하면 해보고, 좋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처럼 뜨겁게 몰두하지 못한다.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굳이 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느낌이다.

회사 외의 시간을 활용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효율성을 따진다.

'굳이'를 생각하게 된다.


직장인으로서 다른 일에 몰두한다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는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회사일에 미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생각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회사일에 미쳤던 '적'이 있었다. 그리 오래 지속되진 않았지만.


그래서 다시 생각한다.

나는 또 한 번, 미칠 수 있는 일을 만나고 싶다.

무언가에 온전히 몰입하고, 그 안에서 나를 잃는 경험을 하고 싶다.

그게 사람이든, 일이든, 혹은 글쓰기든.


여전히 나는 소년이고 싶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열정을 잃지 않은, 그런 나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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