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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견 훈이의 시티라이프-1
13화
머리털 사이의 비듬부터 당신의 발 냄새까지 사랑합니다.
신고 있는 그 양말 좀 벗어주겠니?
by
다한
Oct 18. 2020
내가 먹을 것만큼 좋아하는 건 바로 노는 일이야.
매일매일 놀아도 지겹지가 않아.
이렇게 놀고먹고 자고, 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아..., 이래서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건가?
나른한 오후에 일광욕하며 주무시는 닥스훈트 훈이
사실, 먹고 놀고 자는 건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야.
제일 잘하는 일과 제일 좋아하는 일은 아주 가끔 다른 일이 되기도 해.
나는 막 뛰어다니는 걸 잘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엄마가 “기다려.”라고 하면 달리는 걸 멈추곤 하지.
왜냐하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바로 우리 엄마거든.
왜 그렇게 좋냐고?
나도 몰라.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
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나는 내 방식으로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
엄마의 얼굴을 핥거나, 다가가서 엄마의 손에 얼굴을 파묻곤 하지.
그러면 엄마가 나를 쓰담쓰담해줘.
가끔은 엄마도 이런 나를 귀찮아할 정도지.
한마디로 애교 빼면 시체랄까?
할짝할짝. 왜, 기다리래! 이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내가 엄마를 얼마나 좋아하냐면....
엄마가 깜빡하고 빨래 통에 못 넣은 양말을 발견하면,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간 어부들이 보물섬을 발견한 정도의 기분이랄까?
엄마의 양말에서 나는 꼬랑내를 질릴 때까지 맡을 수 있거든!
가끔 혼자 있을 때나, 어쩔 수 없이 내가 다니는 유치원
에서 자야 할 때는 체취가 가득 묻은 엄마의
옷을 챙겨가곤 해.
그 냄새를 맡고 있으면 엄마가 같이 있는 것 같거든.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
엄마가 빨래를 개고선 깜빡하고 아빠의 팬티를 서랍장에 안 넣은 거야.
완전 득템! 횡재한 기분이었지
.
그 날, 나는 출장 간 아빠의 팬티를 하루 종일 몸에 지니고 있었어.
"아빠는 언제 온대?"
그리곤 아빠 냄새가 점점 사라져 갈 때쯤.
기다리던 아빠가 짠! 하고 나타났어.
근데 나의 이런 견주 사랑은 다른 댕댕이들도 마찬가지였어.
내가 산책하다가 만난 '두부'한테 들었는데.
두부는 엄마 아빠가 신고 있던 실내화를 좋아한대.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대.
그날도 두부네 엄마 아빠가 출근하고 혼자 남은 두부는, 두 사람의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다녔어.
그러다가 두부의 눈에 실내회가 딱! 들어온 거지.
그래서 그 실내화를 가지고 왔대.
그러디가 심심해진 두부는 그 실내화를 물고 마구 흔들어대며 놀기 시작했어.
집에 온 두부네 아빠는 만신창이가 된 실내화를 보고 경악을 했지.
"너 너 너..., 이게 뭐야!!"
두부는 너무 속상했어.
보고 싶은 아빠가 집에 오자마자 두부에게 화를 냈으니 말이야.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사람들의 언어로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럼 말도 안 되는 생각 말이야.
그럼 나도 애써 몸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엄마에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텐데....
그럼 내가 엄마의 머리털 사이의 비듬부터 발꼬랑 내까지 맡지 않아도 말 한 마디면 충분할 거 아니야.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아빠 머리 냄새에 취하는 중.
엄마 발꼬랑내.... 넘나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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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견 훈이의 시티라이프-1
10
개 당황! 너..., 나 알아?
11
넌 누구냐!
12
나..., 유치원 다니는 배운 남자다!
13
머리털 사이의 비듬부터 당신의 발 냄새까지 사랑합니다.
14
바다에 왔다고 꼭 수영을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도시견 훈이의 시티라이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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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유치원 다니는 배운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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