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간수집가 Jun 06. 2024

위대한 개츠비: 바즈 루어만이 안내하는 아르데코

영화 <위대한 개츠비>와 바즈 루어만 감독의 화려한 영상미

사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 소설을 그대로 시나리오로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특별한 각본 없이 평면적이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원작이 미국 고전의 걸작으로 불릴 만큼 워낙 명필이라 감히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았으면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속 화려한 영상미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포스터만 봐도 그의 화려한 비주얼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왼쪽부터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 루즈>, <엘비스>

바즈 루어만 감독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 이외에도 <물랑 루즈>, <로미오와 줄리엣>, <엘비스> 등 그의 대표작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토리보다는 미술이나 음악, 패션 연출을 더 높이 평가받는 감독이다. 스토리의 큰 맥락은 사실 단순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지고지순한 사랑, 신분적 차이를 뚫고 만난 사랑... 그가 좋아하는 스토리는 심지어 꽤나 신파적이다. 판타지적 낭만을 좇는 누구보다 로맨티스트가 아닐지. 


하지만 그의 작품성은 차치하더라도 미술적 감각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바즈 루어만의 미감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그의 아내이기도 한 캐서린 마틴 미술 감독이다. 그의 영화에 늘 함께 해 왔기에 어쩌면 바즈 루어만 영화의 미술은 캐서린 마틴의 미술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녀의 미술은 고전적이고 화려하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이들이 즐기는 서커스같이 화려한 비주얼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능력을 한껏 뽐낼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 건 틀림없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속 빈티지 공간 탐구


1. 광란의 20년대
2. 아르데코 건축
3. 아르데코 인테리어


1. 광란의 20년대 (Roaring Twenties)


미국의 1920년대를 말할 때 흔히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 말한다. 당시 경제 초호황기였던 미국의 이글거림을 잘 표현하는 말이다. 영화에는 초반부터 끝까지 이 '광란의 20년대'를 극치로 뽑아낸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우뚝 선 미국의 화려한 밤거리나 주식거래, 광란의 파티까지 당시의 모습을 비춰주며 미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나 개츠비의 집에서 열리는 성대한 파티는 다이내믹 아메리카의 광란의 20년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는 3번의 파티 장면을 보여주는데, 폭죽, 라이브 연주, 댄스파티, 분수쇼까지 작중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대사처럼 마치 테마파크같이 휘황찬란하다.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U.S, Canada, Bahamas & Bermuda 

1920년대를 보여주는 건 당시 사회 현상이 고스란히 담긴 인물에게서도 나타난다. 오죽하면 가상의 인물인 개츠비가 미국의 20년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겠나. 주인공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는 금주법이었던 당시 미국에서 마피아와 엮여 밀주 판매를 하는 등 각종 범법으로 일약 부자가 된다. 개츠비가 사랑하는 데이지(캐리 멀리건 역) 역시 사치스럽고 허영적인 플래퍼족(짧은 보브컷, 프릴이 달린 미니드레스, 술과 담배를 즐기고 처음으로 자동차를 운전한 모던걸 세대) 그 자체다.  




2. 아르데코 건축


아르데코는 그 발음부터 알 수 있듯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현대 장식 예술이다. 대칭적이고, 직선적이며, 기하학적 디자인을 추구한다. 아르데코를 지금에 와서는 복고적인 스타일이라 말하지만, 당시에는 시대적 번영과 함께 예술과 산업화가 접목된 최첨단 디자인이었다. 경제적 발전과 함께 미국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건축부터 실내 인테리어, 미술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영화는 그야말로 아르데코(art deco) 예술의 향연이었다. 


크라이슬러 빌딩 © getty imgate

영화 속 장면장면에는 192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뉴욕의 마천루 도심이 눈에 뛰는데, 이게 바로 아르데코 건축의 특징이라 불리는 스카이 스크라이퍼(Skyscraper) 스타일이다. 스카이스크래퍼,  즉 초고층 건물 유형의 아르데코 건축은 수직적으로 높이 뻗은 건물 높이, 난간이 있는 지붕에 첨탑이 있다. 그리고 장식적인 유리 창문이 많고, 벽기둥 등에 화려한 장식이 들어가기도 한다. 대표적 건축물인 크라이슬러 빌딩을 보면 지붕 첨탑과 아르데코 특유의 아치문양 창문을 볼 수 있다. 


근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는 순수주의를 재창하며 건축과 기계 문명의 결합을 시도했다. 급진적 경제 성장을 이룬 미국은 그 기술을 발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아직도 앤티크 한 유럽의 도시와는 달리, 뉴욕이나 시카고 등 미국은 20년대부터 차례차례 초고층 건축물들이 지어지며 미래적인 대도시를 상징하게 된다.






2. 아르데코 인테리어


아르데코 양식은 커다란 예술 사조이기에 그 안에도 다양한 특징이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면 이렇다.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U.S, Canada, Bahamas & Bermuda

영화에는 2개의 저택이 나온다. 오랜 기간 부촌이었던 이스트 에그에 위치한 톰&데이지 뷰캐넌 부부의 집, 그리고 신흥 부촌 웨스트 에그에 위치한 제이 개츠비의 집. 이 두 집은 바다를 끼고 마주 보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소개되는 뷰캐넌 부부의 저택은 화창한 날씨에 바다를 가로지르며 집을 비추는데, 화면 전체가 화사하고 밝다. 실제로 이 동네는 수많은 부호들의 여름 별장처럼 거주되던 곳이라고 한다.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U.S, Canada, Bahamas & Bermuda

뷰캐넌 저택의 인테리어는 실크 드리프 커튼, 벨벳 소재의 소파, 아르데코 문양의 패브릭, 과감한 색감 사용이 돋보인다. 벨벳, 실크, 얼룩말 가죽, 상아 등 제3국으로부터 온 독특하고 오리엔탈적인 소재도 자주 사용되었는데, 구하기 힘든 고가의 소재를 가구나 인테리어에 적용하면서 부를 과시했다고 한다.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U.S, Canada, Bahamas & Bermuda

개츠비의 저택은 뷰캐넌 저택과 대조를 이루며 확실히 더 어둡고 폐쇄적이다. 물론 두 저택 모두 외관은 유럽의 궁전이나 별장처럼 격조 높은 스타일을 도입하긴 했다.


© 2012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U.S, Canada, Bahamas & Bermuda

개츠비의 집 내부는 사치스러운 샹들리에나 높은 층고, 현란한 장식까지 곳곳에서 그의 부를 느낄 수 있다. 아르데코 소재 중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이 바로 신소재인데, 과거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플라스틱, 콘크리트, 테라코타,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크롬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개츠비의 집에는 금속 소재가 많아 반짝이고 미래지향적이다. 호화로운 파티가 열리는 날에는 그 어느 곳보다 에너지 넘치지만, 파티가 끝나면 어딘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기도.


뷰캐넌과 개츠비의 집을 비교하며 아르데코 인테리어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이 모든 특징을 한마디로 아우르자면 역시 '맥시멀리즘'일 것이다. 채도 높은 색감부터 복잡 반복되는 기하학 패턴, 그리고 대담한 소재까지 지독하게 강렬하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와 함께 아르데코 건축과 인테리어를 살펴보았다. 아르데코 양식은 공간적 예술뿐만 아니라 시각적 예술, 패션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살펴볼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도 패션이나 음악 등 빼놓을 수 없는 예술 분야가 많으니, 영화를 보고 나면 나눌 이야깃거리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전 02화 미드나잇인파리:우디 앨런이 바라보는 로맨틱 도시공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