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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수집가 May 30. 2024

미드나잇인파리:우디 앨런이 바라보는 로맨틱 도시공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빈티지 공간 탐구

미국의 영화감독이지만 할리우드가 아닌 뉴욕파로 불리는 대표적인 감독 우디 앨런. 뉴욕토박이인 데다 비행기를 끔찍이도 싫어했던 그는 내내 뉴욕에서만 영화를 찍다 2000년대가 지나 유럽투어를 돌다시피 하며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찍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로마 위드 러브(로마 배경)>, <내남자의 아내도 좋아(바르셀로나 배경)>, <매직 인 더 문라이트(남프랑스 배경)>

우디 앨런의 영화 속 공간은 특별히 비주얼적으로 아름다운 미장센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도시 전반의 공간이 중요하게 비춰진다. 그러니까 물리적 장소 속의 공간이 아닌 도시 공간, 즉 환경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일 년에 한편씩 작품을 발표할 정도로 다작 감독이었던 덕분에 우리는 로마, 바르셀로나, 런던, 남프랑스, 파리 등 다양한 유럽의 도시공간을 그의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미국인 우디 앨런이 바라보는 유럽의 도시공간은 로맨틱한 필터가 한층 씌워진 것처럼 조금 더 낭만적이다. 지금 소개할 파리도 그러하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빈티지 공간 탐구


1. 파리라는 빈티지 도시공간
2. 시간 여행의 매개체
3. 프랑스의 살롱 문화



1. 파리라는 빈티지 도시공간


2011년 발표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그가 줄곧 찍어왔던 도시 뉴욕이 배경이 아니다. 유럽으로 넘어가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로 옮겨간다.


200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미국인 길 펜더(오웬 윌슨 역)는 1920년대 파리에 문화적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성공한 각본가지만, 소설가 되고픈 사람, 상업적인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어쩐지 예술적인 글을 쓰는 작가를 열망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이쯤에서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 길은 우디 앨런 그 자체다. 실제로 우디앨런이 동경하는 이상향 또한 1920년대였다. 게다가 그는 직접 클라리넷 연주를 할 만큼 재즈를 사랑하고, 당시의 문학들을 사랑하기도 하고. 주인공 길의 역할을 맡은 오웬윌슨은 헐렁한 치노팬츠에 랄프로렌 셔츠의 촌스러운 복장부터 빠른 말투와 걸으면서 수다하는 행동까지 우디 앨런을 완전히 카피한 것처럼도 보인다. 


출처 : Sony Pictures Classics/Courtesy Everett Collection

그러니까 이 영화는 주인공에 투영한 우디 앨런의 시선으로 파리를 곳곳을 비추며 걸어 다니는 하나의 여행기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늘 과거(특히 1920년대)를 동경하는 우디앨런의 이상이 파리라는 도시에서 그 빛을 발하는 것이다. 


© 공간수집가

파리는 현재에도 특유의 빈티지함을 간직하고 있는 낭만적인 도시다. 에펠탑부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알렉산더 3세 다리까지 파리라는 도시 자체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배로 만든다. 




2. 시간 여행의 매개체
 

주인공 길은 언젠가 파리에 살고 싶어 하지만, 약혼녀인 이네스는 말리부의 저택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고 싶어 할 만큼 둘 사이는 삐걱대고 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저 그런 속물적이고 사람들로만 보인다. 길은 이런 평면적인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그가 동경했던 1920년대 파리로 타임슬립하게 된다. 



첫 번째 시간 여행의 매개체 : 낮과 밤


주인공 길은 밤에는 과거로, 그리고 낮에는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화려함이 더해진 광란의 1920년대 파리는 일상적인 2000년대 파리와 극명하게 대비시켜 보여줌으로써 더욱 판타지스러워 보인다. 오래된 건물과 길거리 카페, 작은 골목길은 낮이 되어도 100년 전 과거와 다르지 않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확연히 다른 것이다.


Sony Pictures Classics/Courtesy Everett Collection

길은 낮이 되어도 과거를 좇는 것만 같다. 노스탤지어 샵에서 콜포트의 레코드를 찾고, 앤티크 벼룩시장에서 아드리아나의 일기장을 발견하는 것처럼. 과거로 회기하고 싶어 하는 길의 마음을 낮과 밤을 이어준다. 



두 번째 시간 여행의 매개체 : 탈것들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2시 자정이 되면 종소리와 함께 푸조의 클래식카가 등장해 그가 원했던 1920년대로 태워간다. 타임슬립은 한번 더 발생하는데, 이번에는 마차가 나타난다. 그리고 아드리아나가 원했던 1890년대 벨에포크 시대로 가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 시간 여행의 매개체 : 문

분명 파티가 열리고 있던 연회장이었는데, 문을 박차고 나온 길이 다시 다시 돌아가려고 하어느새 세탁소로 장소가 바뀌어 있다. 문이 열리고 닫힘으로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 버린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렇듯 몇 가지 매개체를 통해 주인공 길이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장면을 판타지스럽게 보여준다. 




3. 프랑스 살롱 문화


1920년대 파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 중 하나가 바로 거트루드 스타인의 살롱이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살롱이라는 사교 문화가 있었는데, 주로 귀족인 호스트가 자신의 저택에서 주최하는 문화 교류회였다.


거트루드 스타인의 살롱에서는 당시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발굴하고, 서로의 의견을 토론하는 장이었다. 엄청난 자산가였던 거트루드 스타인, 그녀는 자신도 작가였지만, 이곳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질 만한 예술가들이 모여든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콧 & 젤다 피츠제럴드 부부, 살바도르 달리, 그리고 그녀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았던 파블로 피카소까지!


그녀의 살롱 벽에는 예술작품들이 빼곡히 걸려있다. 누군가의 작품이 완성되면 이곳에서 서로의 논평을 해주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도 비치듯 전 세계에서 모여든 당시 예술가들은 강렬했다. 초현실주의, 아방가르드, 야수파 등 오랜 서양문명이 붕괴되고, 전영적인 현대 예술의 세계가 시작되던 시기에 이들은 살롱에서 서로의 영감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파리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마법 같은 영화다. 영화를 접한다면 누구든 우디앨런처럼 1920년대 예술의 황금기였던 파리에 대한 향수와 갈망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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