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피쉬> 속 빈티지 공간 탐구
팀 버튼의 영화에는 어둡지만 유머가 있다. 기괴하지만 재밌다. 내가 대체로 생각하는 팀버튼의 영화를 이미지 하면 이렇다. 그런데 <빅피쉬>는 조금 다르다. 그의 영화답게 판타지스럽지만 훨씬 밝고 따뜻하다.
<빅피쉬>는 팀버튼이라는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도 제법 의미가 있는 영화일 것 같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실제로 그의 이야기와 닮아있다. 영화가 개봉한 2003년에 그의 첫아들 빌리가 태어났고, 평소 그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는 영화를 찍을 당시에 사망했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주인공의 말을 빗대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닮았다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아는 이방인 같다.... 자신이 이야기가 남아 마침내 아버지는 불멸이 된다." 영화를 찍으면서 어쩌면 그도 서서히 아버지를 이해하기 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는 더욱 따뜻하다.
영화 <빅피쉬> 속 빈티지 공간 탐구
1. 동화보다 더 동화스럽게
2. 미국 남부의 빈티지 주거공간
아버지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동화같이 아름답다. 물론 내용 역시 황당할 정도로 환상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특출 났고, 어머니와의 결혼, 본인의 성공담까지. 모든 게 꿈같은 이야기들 뿐이다. 아버지는 자신이 꿈꾸던 것을 스스로 우화처럼 만들어냈다.
어머니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 장면 역시 새롭다. 멈춰진 시간을 팝콘의 정지로 나타낸다. 어머니의 어린 시절이 나오는 장면은 실제로 더 뽀샤시하게 처리했다고 한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아버지의 프러포즈 황수선화 장면은 아직까지도 수많은 현대인들의 배경화면으로 퍼질 만큼 인상적이다. 1만 송이의 황수선화를 다른 주에서 다 공수해 왔다는 대사를 말하는데, 실제로 촬영에서도 그렇게 했다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색감인데, 팀버튼 특유의 어두운 톤이 거의 없고, 밝은 채도의 신비로운 색감이 과거를 더욱 미화시킨다.
1930~40년대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한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 전후시대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아버지의 모험담 속 유령마을은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소박하고 실용적인 집이 늘어선 마을로 비친다. 남부 앨라배마주 밀브룩 마을에는 영화 개봉 후에도 촬영지가 그대로 유지되어 개방되었었는데, 직접 가본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목조 건축의 간소한 농가 같은 분위기다.
1950~60년대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해 아들 윌이 태어났을 즈음이다. 당시 미국은 경제와 문화 전반에서 번영하고 안정화되어가던 시기였다. 그래서 외판원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 역시 실용적이면서도 넓은 블룸 하우스라는 집을 가지게 된다.
미국의 주거공간을 살펴볼 때 코로니컬 스타일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코로니컬은 식민지시대 스타일이란 뜻으로 과거 미국을 식민지배하던 나라의 영향을 받은 스타일을 말한다. 브리티쉬 코로니컬, 더치 코로니컬, 스패니시 코로니컬 등으로. 미국 남부의 오래된 주거공간은 대개 서던 코러니컬이라 불리는데, 영화 속 마녀의 집이 바로 전형적인 서던 코로니컬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아직도 아버지가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볼 때마다 눈물을 훔친다. 아버지가 이야기해 준 환상적인 과거 속 모든 인물들이 나와 그의 마지막을 배웅한다. 사랑, 우정, 도전, 극복, 등 그의 이야기 속에는 자신의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삶의 가치가 담겨있다.
자신이 이야기가 남아 불멸이 된 아버지처럼 이 영화는 영원히 행복하게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