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왕초보의 라이브커머스 도전기
생각난김에 바로 시작하기
중국의 왕홍을 필두로 조만간 라이브 커머스가 뜬다고 한다. 너도나도 라방을 시작해야 한다고 해서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 채, 국내 몇몇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라방을 참고하며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켜고 인스타그램으로 라방을 시작했다.
당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500명 정도였지만 무작정 시작해봤다. 들어오시는 분들은 한번 방송하는데 30~50명 정도. 실시간 동시간 접속자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봐주시는 분들도 아직은 라방이라는 생경함 때문인지 잠깐씩 들어와서 구경을 해주시기도 했지만 구매율은 현저히 낮았다. 아무도 내 말에 대답을 해주지 않아서 재미가 없어졌다.
어떤 물건을 파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파는 제품의 재고가 딱 하나밖에 없는 빈티지 제품이었다. 그래서 물건을 결제할 때도 선착순으로 받아야 하고 결제 수단도 방송이 끝난 뒤 따로 디엠을 통해 해야 했기 때문에 손님도 귀찮은 시스템이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했지만 점점 한 달에 한번 정도로 방송하는 빈도도 낮아졌다.
라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찾아보다 그립이라는 어플을 알게 되었다. 1인 판매 방송이고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이 방송 저 방송 구경하다 보니 서너 시간은 금방 흘렀다. 그곳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본인들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예쁘고 멋진 인플루언서들과는 달리 대부분 친근한 판매자들이었다. 개그맨이나 셀럽들도 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TV에서와는 다른 친근감이 생겼다. 유명인이지만 채팅을 하면 실시간으로 반응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방송을 보다 보니 용기가 생겼다.
영세하긴 했지만 어쨌든 몇 달간 인스타그램 라방을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업자등록증으로 셀러 가입을 마쳤고, 인증까지는 하루가 안 걸렸던 것 같았다. 그렇게 그립이라는 어플을 가입하고 하루 만에 또다시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카메라를 켰다.
인스타그램 라방에서 그러했듯이 아무것도 모른 채 그립을 시작하게 되었다. 방송 전에 봤던 라이브들이 다들 초특가로 판매하는 저렴한 제품이 많았기 때문에 라이브를 시작하기 전 무조건 저렴하게 판매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한 두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라방과는 차원이 달랐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순식간에 몇십 명씩 들어와서 인사를 했다. 내가 첫방이라고 말하니 뭘 파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 저런 식으로 하면 된다는 식의 조언도 해줬다. 채팅 참여도가 인스타그램과는 확실히 달랐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다들 지켜만 보다가 방송이 끝나고 물건 재고나 상태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립은 채팅을 하는 데 있어서 거리낌이 없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빈티지 액세서리였다.
저렴하게 모든 가격을 3,000원으로 해봤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지만 진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가격... 하하하) 사람들이 사주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껴봐 달라고 하는 건 착용해드렸다.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는 얼굴을 노출하는 게 좀 부끄럽기도 했는데 그립은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다른 셀러 분들도 편하게 방송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용기가 났다.
30분 정도 정신없이 방송을 하고 끝냈다. 판매자 센터에 들어가 보니 결제 내역이 나왔다. 30분 동안 130명 정도의 사람이 나를 봐줬고 결제까지 해줬다. 신기했다.
이렇게 좋은 판매 시스템이 있다니!
인스타그램을 통한 라이브커머스의 경우
지금에서야 느끼는 거지만 인스타그램 라방은 팔로워 수가 많거나 아니면 팔로워 수는 적어도 내 팬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귀찮은 결제 시스템의 수고로움을 감수하더라도 이 사람에게 사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인스타그램은 먼저 어느 정도 팔로워를 늘리고 팬덤을 구축한 뒤 라이브를 시작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에서도 인스타그램을 통한 커머스를 구체화한다고 하니 앞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한 라이브커머스도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결제시스템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라방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제 얼굴을 노출하고 싶지 않아서 손으로 제품만 보여줬었는데요. 반응이 미미한 것 같아 얼굴을 보여주며 대화하듯이 제품을 보여주니 조금 더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얼굴 노출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비대면이라도 눈을 마주 보고 판매하는 것이 신뢰적인 측면에서도 추천하고 싶어요. 제품만 보여줘도 확실히 팔릴만한 제품군이라면 상관없지만 얼굴을 노출하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하게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그립을 통한 라이브커머스의 경우
그립에서는 처음 시작하는 초보 그리퍼(그립에서 셀러를 칭하는 말)를 응원하기 위해 영상 노출을 더 많이 해줍니다. 예를 들어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판매자는 카테고리를 스타일링이라는 카테고리에 넣는데 신인 그리퍼의 경우 스타일링이라는 카테고리와 신인 카테고리 두 군데 동시 노출이 됩니다. 신인 카테고리는 시작하고 한 달 동안 걸리는데 저도 이걸 알고 첫 한 달간은 방송을 많이 해서 노출을 더 많이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립을 통해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할 경우 첫 한 달간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방송을 많이 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요즘에는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서 많은 분들이 수업을 들으며 몇 달을 준비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수업을 들으며 준비를 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일단 시작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수업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직접 부딪혀보며 개선하는 게 더 많이 배우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첫 방송에서는 가격 설정을 잘 못하기도 하고 말도 제대로 못 한 것 같아서 지금은 제 첫 영상을 비공개로 돌린 상태입니다.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일단 해보고 안되면 비공개로 돌리거나 삭제를 하고 다시 시작해도 됩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시지 마시고 일단 스마트폰을 켜고 시작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