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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수집가 Feb 10. 2022

빈티지를 담은 파리무드 침실

햇살에 잠을 깨는 삶

거실에서 바라보는 시선

침실 문을 열었을 때 침대가 먼저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침실 문이 살짝 열렸을 때 거실에서 바라보는 시선에는 빈티지 1인용 소파와 축음기, 그리고 기타가 세워져 있어서 뭔가 아늑하게 쉴 수 있는 뮤직룸처럼 보이기도 한다. 침실 문을 열 때마다 평온해지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파 옆 또 다른 방문이 보이는데 이곳은 원래 샤워실로 사용했었는데 내가 이 집을 건네받았을 때부터 이미 배관을 모두 없앤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창고로 사용하고 있고.



볕이 들 때가 가장 기분 좋은 시간

볕이 들 때는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안타깝게도 기타 연주는 못한다.) 남편의 기타인데 인테리어로 좋겠다 싶어서 일부러 꺼내놨다. 


마네킹은 제가 앤틱숍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게 디스플레이를 하는 용도로 여러 개 구매했다가 자리가 없어져서 처치곤란이라 하나 가져왔다. 옷방은 공간이 협소해서 침실로 가져와 인테리어 오브제로 두었다. 여름에 꺼내 쓸 밀짚모자와 진주 목걸이를 걸어 심심하지 않게 연출했다. 소파 옆에 두니 침실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



축음기 속 작은 세상

축음기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 과거 사람들은 축음기를 틀면 축음기 속에 있는 아주 작은 사람이 노래를 불러줬다는 상상을 했다고 들었다. 귀여운 이야기라 축음기 밑에는 작은 미니어처 피규어들을 올려놨다. 



식물이 있는 삶

침실 한켠에는 작은 숲처럼 초록초록하게 꾸미고 싶었다. 침실이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이라 자칫하면 차가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작은 식물들로 포근한 느낌을 더했다. 이곳저곳 식물들을 배치해보면서 변화를 주는 것도 좋아한다. 큰 앤틱 전신 거울을 기준으로 천장부터 바닥까지 높낮이를 바꾸기도 하면서 전체적인 배치를 한다. 


안방이 남향은 아니다. 서향이라 오후에 빛이 들어오긴 하는데 강하게 햇빛이 내리쬐는 공간은 아니라 햇빛이 많이 없어도 충분히 클 수 있는 식물들로 골랐다. 화분의 톤도 통일하고 싶어서 톤이 맞지 않은 화분들은 사용하지 않는 에코백들을 싸서 톤을 유지했다. 식물은 많을수록 좋아서 계속해서 더 모으고 있다. 자연과 함께 살았던 일러스트레이터 타샤 튜더를 존경하는데 언젠가는 타샤 튜더처럼 나만의 정원을 꿈꾼다. 



가장 미니멀한 공간

사실 침실은 저희 집에서 가장 미니멀한 공간이다. 오래전 지어진 구옥이다 보니 신축들과 달리 침실이 정말 넓었다. 이것저것 가구를 넣는 것보다 느긋하게 오롯이 쉼을 생각하고 싶어서 여백을 많이 두었다. 퀸 사이즈 침대에 프레임도 딱히 두지 않아 주어진 넓은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해보았다. 


머리맡 벽등은 남편과 각각 하나씩 쓸 수 있도록 따로 설치했다. 원하는 자리에만 불이 들어오도록 해서 방해받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일부러 침실에는 TV도 두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동네에 살고 있는데 번화가에서 한 블록 들어와 조용한 주택가라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고요해지는 공간이다.


침대를 프레임 없이 낮게 두었기 때문에 사이드 테이블을 두기에도 애매했다. 그래서 피크닉 바구니를 두고 바구니 안에 책이나 잡다한 물건들을 숨겨놓는다. 깨끗함도 유지되고 침실과의 톤도 잘 맞는 것 같다. 


큰 꽃밭이 그려진 그림은 콘센트들을 감추는 용도로 덮어놨다. 액자를 걸어두고 감상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무심한 듯 세워두는 것도 저는 좋더라고. 유화 그림으로 터치는 거칠지만 화사한 꽃의 아름다움이 식물이 많은 침실의 기운을 더 밝게 해 주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그림 중에서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햇살에 잠을 깨는 삶

대게는 알람 없이 자연스럽게 눈이 뜬다. 매일 같은 시간은 없다. 빗소리에 깨거나 할 일이 생각나서 깨거나 하는 식이다. 여섯시부터 여덟시 정도의 폭넓은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스마트폰을 키고 무언가를 보고 읽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두 달째 하고 있는 모닝 루틴이 있기에 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은 피한다. 이불을 정리하고 화장실로 간다.


침실에서는 아침 햇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깨고 싶었다. 그래서 빛을 완벽히 차단하는 암막커튼보다 자연스러운 화이트 암막커튼으로 설치했고. 어두워지면 자고 볕이 들면 깨는 자연스러운 루틴으로 햇빛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리얼 빈티지 액자

침대 머리맡 벽에는 좋아하는 빈티지 액자와 엽서들을 걸어놨다. 리얼 빈티지와 빈티지풍의 기성품은 비교해보면 확실히 다르다. 미국, 유럽에서 온 오래된 역사가 있는 빈티지 액자들은 화이트톤의 침실에 따뜻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빈티지와의 조화

사실 우리 집은 거의 모든 것이 빈티지다. 일단 집 자체가 90년대 빈티지 구옥을 리모델링 했다. 침대와 소파, 축음기까지 전부 본가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빈티지 LP 레코드부터 빈티지 액자도 소중한 것들이다.


침실을 인테리어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전체적인 톤이었다. 어두운 컬러의 오래된 빈티지 공간이었는데 화이트와 크림 컬러로 전체적인 톤을 입혀 공간을 밝혔다. 문이나 천장의 문양들은 90년대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이것도 색만 입히니까 오히려 파리의 하우스 인테리어 같더라고. 천장 조명과 침대 벽등은 완전히 모던한 조명들로 설치했다. 너무 빈티지하기만 하면 올드해지는데 모던한 요소를 조금씩 넣으니까 더 조화롭더라. 


침실은 저희 집에서 가장 정직하게 시간이 흐르는 공간입니다. 아침에는 햇살이 들고 밤에는 고요해져요. 저의 취향이 듬뿍 담긴 공간이라 더 애정이 가는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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