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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수집가 Feb 19. 2022

앤틱과 모던이 조화로운 거실

온전한 쉼을 위해 머무는 공간

노출 콘크리트와 이중새시로 개방감을

Before

처음 이 집을 보자마자 뭔가 끌림이 있었다. 이 집은 내가 고쳐야겠다고. 가장 먼저 벽지를 뜯었다. 원래는 벽지 위에 파란 페인트로 칠한 요상한 취향의 거실이었다. 벽지를 뜯어내니 콘크리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워낙 오래된 집이다 보니 구멍이 뚫린 곳도 많고 보수해야 하는 곳도 많았지만 그것들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천장과 벽의 모서리 마감 부분에만 새 몰탈 콘크리트로 덧칠했다. 그래서 벽을 자세히 보면 콘크리트 색과 질감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나는 그것 또한 빈티지 하우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베란다로 가는 창문은 턱이 있는 데다 낡아서 외풍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창문도 보수를 했다. 집 인테리어를 전부 셀프로 하려고 했는데 이건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2중 새시 공사만 업체에 맡겼다. 미관도 좋아졌지만 난방도 좋아졌기 때문에 이 집을 고치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이다.


구옥 특유의 넓게 빠진 거실을 노출 콘크리트와 2중 새시로 큰 창을 내니 탁 트인 느낌이 들면서 훨씬 개방감이 생겼다.  커튼도 완전히 차단되는 게 아니라 얇은 빈티지 커튼을 사용해 베란다가 어렴풋이 보이도록 해서 답답함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색깔로 공간 나누기

노출 콘크리트를 전부 활용한 것은 아니다.  천장과 문은 모두 화이트로 했다. 그리고 거실과 이어지는 현관 입구와 부엌 쪽 벽도 화이트로 칠했다. 화이트와 그레이는 대비되기는 하지만 톤이 잘 맞아서 거부감 없이 공간을 구분할 수 있다. 콘크리트에 맞춰서 전부 그레이톤으로 칠했다면 오히려 색도 잘 안 맞고 차가워 보였을 것 같다.


천장의 오래된 조명은 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침실과 부엌의 천장등은 작기도 해서 모두 화이트로 덧칠하고 조명도 모던한 걸로 바꿨는데 거실의 조명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화려한 구옥의 조명이 또 매력있더라고. 우리 집은 신구의 조화가 포인트인데 거실의 구(舊)는 조명이 맡고 있다.




그림은 배치가 포인트

그레이톤의 콘크리트는 예술작품의 좋은 베이스가 된다.  거실의 그림들은 콘셉트에 맞춰 두 공간으로 나눴다. 하나는 소파 뒤에 둔 모던한 작품들. 그리고 또 하나는 앤틱가구들과 함께 둔 식물 그림의 작품들.  


먼저 소파 뒤에 있는 모던한 작품들을 소개해본다. 벽에 걸린 두 작품은 제가 일본에서 살 때 직접 만든 건데 귀국할 때 기어코 이고 지고 온 것들이다. 나한테는 정말 소중한 것들이라 포기할 수 없었다. 소파에 걸쳐둔 작품은 본가에서 가져왔다. 부모님이 그림 모으시는 걸 정말 좋아해서 집에 아직 걸어놓지 못한 그림들이 쌓여있다. 그중에서 몇 개를 받아 우리집 이곳저곳에 두고 있다.


그리고 식물을 좋아하는 내가 앤틱가구들과 함께 걸어둔 작품들이다. 식물도감 태피스트리는 일본에 살 때 빈티지샵에서 구매한 독일 빈티지 제품이다. 목재 액자도 일본에서 쓰던걸 그대로 가져왔다. 곽명주 일러스트레이터를 좋아하는데 숲 속 그림이 너무 좋아서 일본에서 살 때부터 쭉 이 그림을 걸어놨었다. 말린 유칼립투스나 친구에게 받은 엽서도 붙여서 빈 공간들을 채웠다. 물론 진짜 식물들도 함께 두어서 밸런스를 맞췄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이라 더 신경을 쓴 공간이다.



앤틱 가구를 적절히

구옥에는 역시 고가구가 잘 어울린다. 영국에서 온 100년 된 앤틱 가구들을 적절히 배치해두었다. 오래된 가구들만 배치하면 재미없겠지만 섞이게 되면 그게 또 매력이거든.


뷰로는 평소에는 닫아놓고 일할 때만 열어서 쓴다. 주로 노트북을 켜고 타닥타닥 키보드를 치거나 종이에 글을 쓸 때 쓴다.  오래된 가구인만큼 더 아껴줘야 해서 가끔씩 오일도 칠해주고 있다.



앤틱 가구에 빠질 수 없는 게이트렉 다이닝 테이블. 평소에는 최소한으로 접어두고, 일할 때나 남편과 둘이서 밥 먹을 때는 한단만 펴서 이용한다. 그리고 손님이 오면 3단으로 활짝 펴서 4인용 테이블로까지도 활용하고. 위에 언급한 뷰로도 마찬가지지만 앤틱 가구들은 접어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공간 활용도가 높다. 최근에는 미드 센츄리 모던 빈티지 가구가 유행한다고는 하지만 클래식한 앤틱가구도 한번 빠지면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앤틱가구와 함께 앤틱 램프도 적절히 같이 두면 원앤온리 포인트 아이템으로 좋다.



다용도 커피테이블

커피테이블은 일본식 난방 테이블인 코타츠에 타일을 붙여서 셀프로 개조했다. 코타츠는 특유의 촌스러움이 있는데 타일을 붙여 그걸 상쇄했다. 셀프로 한 거라 자세히 보면 우당탕탕이지만 멀리서 보면 꽤 세련된 느낌도 있다. 겨울에는 코타츠 이불을 덮어 우리 부부의 은신처가 된다. 둘 다 코타츠 앞에만 앉아있고 어딜 잘 안 가게 되는 흠이 있지만 따뜻한 겨울나기에 좋다.





거실은 저희 부부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저와 남편의 취향과 편의를 고려했어요. 여기서 어떻게 지내고 싶은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애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맛있는 거 먹고 수다 떨며 온전히 리프레시할 수 있는 공간이 탄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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