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간수집가 Dec 10. 2024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빈티지 책처럼

책의 표지디자인 방향성

책의 디자인 방향성은 명확했다. 책을 집었을 때 오리지널 빈티지 책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핸디 사이즈에 인테리어 소품이나 촬영 소품으로 쓰여도 좋을만한 디자인이고 싶다.


책의 사이즈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진짜 빈티지 외서 포켓북 사이즈인 4.25 x 6.87인치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외서 포켓북 사이즈는 한국의 일반적인 출판규격과 맞지 않아, 128X188mm의 B6 (4X6판)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막상 샘플을 뽑아보니, 도저히 내 취향이 아니다. 결국 수고롭지만 커스텀 사이즈를 해서라도 포켓북사이즈를 가져가기로 한다.



책의 표지 디자인


처음에는 핀터레스트에서 무작정 "vintage book"을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이미지들을 모아보았다. 그러다 두 가지 안이 나왔다. 하나는 <화려한 앤틱 스타일의 하드커버>, 하나는 <모던한 빈티지 스타일의 소프트 커버>.


<앤틱 스타일의 하드커버> 책은 페미닌한 느낌의 꽃이나 나비, 소녀 그림이 그려진 게 많았고, 화려한 한 프레임이 특징적이었다. 컨셉추얼 하긴 했지만 그게 어필되는 독자라면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뉴욕의 서점들을 뒤져가면서 하드커버 책의 디자인을 모았다. 두꺼운 가죽 커버가 마음에 들었다. 


그중에서도 책에 구멍을 내, 그 안의 그림이 이어지는 <위니더푸>의 북커버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나도 이런 식으로 집의 문을 여는 듯한 디자인을 하고 싶어졌다.


한국으로 돌아와 가죽 하드커버를 찾기 시작. 


리얼 가죽이 아니더라도 하드커버에 레더 재질을 하는 것만으로도 비용이 꽤 많이 나간다. 


스웨이드나 패브릭도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이제 뭐가 좋을지 모르겠다. 고민에 빠졌다. 




<빈티지 스타일의 소프트 커버>는 더 미니멀하다. 심플한 프레임에 단정한 색감. 앤틱 스타일의 디자인보다 조금 심심할지 몰라도 이쪽도 끌린다. 시리즈 책으로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절충안을 찾아갔다. 두 가지를 조금 더 섞어보기로 했다. 소프트 커버의 빈티지하지만 너무 미니멀하진 않은 디자인으로. 직접 스케치한 느낌도 좋을 것 같다.


소프트커버도 구멍을 낸 표지를 만들 수는 있었다. 그래서 샘플로 만들어보았다.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제작한 샘플북들. 책의 가운데에는 침실 드로잉을 넣었고, 빈티지한 폰트를 삽입했다. 너무 앤티크 하지 않도록 선은 심플하게. 사실 포켓사이즈의 소프트 커버북은 책의 날개도 없는 게 리얼한 느낌인데, 이 경우 책커버에 구멍을 넣지 못할 것 같다. 표지에 구멍을 내는 것 역시 견적과 제작 문제에 맞닥뜨렸다. 아무래도 구멍을 내려면 작은 구멍밖에 안 되는데, 그림을 좀 더 크게 보여주고 싶어진 것.


고민하다 끝도 없을 것 같아서 다시 심플하게 돌아가기로 한다.


진짜로 내가 좋아하는 빈티지북은 뭘까?


커버 : 포켓사이즈의 소프트북 

컬러: 빈티지 베이지 

질감 : 빈티지 무드를 살리기 위한 엠보싱 텍스쳐 

폰트 : 클래식한 Serif로


표지는 책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요소인 만큼,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야망만 크고 현실이 따라오지 않으면 좌절하고 그만두어버릴 것 같았다.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비주얼적 요소로, 어떻게 하면 빈티지 무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하드커버로 책에 구멍을 내는 디자인은 나중에 개정증보판이라는 이유로 새로 만들면 되니까. 


어려운 길을 돌았지만, 이제 정리가 된 것 같다. 어쨌든 시작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