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장르와 예상독자
책의 장르
처음부터 책의 장르를 명확히 정해두진 않았다. 그저 쓰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내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도대체 어떤 장르로 분류될 수 있을까?
집에 관한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딱딱한 인테리어 실용서는 아니다. 아니, 그런 책을 쓰고 싶은 마음도, 쓰겠다는 자신감도 없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독자의 공감을 얻는 글이었다. 그 안에 실용적인 팁이 스며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역할이어야 했다. 그러니 ‘실용 에세이’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조금 달랐다. 장르는 그림 에세이로 정했다. 온전히 내 이야기를 쓰면서도, 그림으로 보는 재미를 더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내가 직접 그린 공간 드로잉 몇 점을 떠올렸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이 작업들을 다듬어 책에 실으면 독자에게 작은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공간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면, 책의 온도와 결이 조금 더 따스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이 책을 누가 읽어주면 좋을까?
서점에서 우연히 내 책을 집어 들고 훑어보는 사람. 책의 첫 느낌이 좋아 선뜻 구매까지 이어지는 독자. 이들에게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닿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아마도 내 책은 여성 독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집 꾸미기’라는 주제는 흔히 여성들에게 더 친근한 관심사가 되곤 하니까. 독립을 준비하며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 싶은 사람, 새로 시작하는 신혼부부, 이미 집을 가지고 있지만 꾸준히 돌보고 가꾸는 데 애정을 쏟는 사람. 내 책을 펼쳐보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아날로그 감성을 사랑하는 이들이겠지!?
예쁜 것을 보면 마음이 설레는 사람. 그러나 새것을 소비하는 데에 무조건적인 만족을 느끼기보다는, 한 번쯤 지구를 떠올리는 사람. 유행보다는 자신만의 취향을 존중하며, 단 하나뿐인 빈티지 소품을 찾아 헤매는 사람. 아마도 서점을 정기적으로 찾으며 책이 주는 위로와 영감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정리해보니, 아날로그 빈티지 감성을 사랑하며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20~40대 여성을 독자로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집을 어떻게 꾸미는지 알려주는 지침서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집이라는 공간에 ‘낡음의 미학’을 더해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일상과 마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집은 단순히 사는 곳을 넘어, 나의 취향과 감성이 녹아드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하고, 누군가 자신의 공간을 더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완성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