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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수집가 Oct 03. 2022

오래된 동네가 브랜드가 되는 방법

타운 매니지먼트

번쩍번쩍 빌딩숲도 좋지만 최근 들어 문화가 있는 오래된 동네를 선호하는 경향도 높아졌습니다. 익선동부터 성수, 이태원, 문래동까지 아날로그 감성의 낡은 풍취가 남아있는 동네는 그 자체로 젊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일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이미 레트로 열풍은 물건뿐만 아니라 공간으로도 확장되어 우리 생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오래된 동네는 많지만 그중 어떤 동네가 어떻게 브랜드화되어가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지금 제일 힙한 동네, 성수동

최근 가장 핫한 동네는 역시 성수동입니다. 갖가지 팝업스토어와 행사 이벤트는 모두 성수동에서 열릴 정도로 플랫폼으로서의 기능 또한 나날이 열기가 뜨거워지는데요. 오래된 공장촌이었던 성수동의 초창기 부흥을 이끈 것은 '어니언'이라는 카페를 만든 패브리커라는 디자인 기획 그룹입니다. 업사이클 아티스트이기도 했던 이들은 낡은 것들을 재생산해 가치 있는 예술로 발전하는 것에 진심이었고, 이것이 공간 산업으로 가서 '어니언' 같은 공간을 탄생시킨 겁니다.


이후로도 성수동은 서울숲 소셜벤처 클러스터라는 커뮤니티 클럽을 만들어 민간 자생적으로 젊은 창업가들을 모았습니다. 그런 뒤,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서울시와 협업해 ' 서울창업허브 성수'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더욱더 젊은 소셜벤처를 지원하고 끌어모아 창조적인 동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성수동이 다른 동네와 다른 특별한 점은 그들 속의 자생적인 커뮤니티에 있습니다. 이런 끈끈한 연대와 열정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면 앞으로도 사람들의 발길을 끊이질 않을 것 같습니다.



을지로에서 힙지로로


을지로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중에서도 6~70년대 당시의 투박한 서울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특별한 동네입니다. 가장 낡은 동네라 그런지 처음에는 가난하고 젊은 예술인들과 창업가들이 하나 둘 모여 힙지로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저렴한 임대료로 간판이 없거나 지도에 찾을 수 없지만 힙한 감성의 공간들을 만들어내 MZ 세대들을 끌어드렸습니다. 젊은 감성뿐만 아니라 오래된 노포가 그대로 이어져오는 것 또한 젊은 세대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노가리 골목같이 있는 그대로의 옛 감성을 즐기는 사람들이 을지로로 모여드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자생적인 민영업체뿐만 아니라 을지로에도 역시 정부의 지원이 들어갑니다. 을지로의 세운상가는 국내 최초 주상복합단지로 가장 오래된 상가인데요.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인 '다시 세운 프로젝트'로 2017년 재개장한 세운상가는 오래된 가게들뿐만 아니라 창업공간 '메이커스 큐브'를 통해 청년이 주축인 디자인 스튜디오 등 17개 업체가 활동 중인 젊은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태초에 익선동이 있었다



익선동은 오래된 동네 브랜딩의 교과서 같은 곳입니다. 공공이 개입하지 않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운영해 브랜딩 한 대표적인 동네인데요. 역시 기업가의 이율이 추구되는 젊은 상권을 통해 핫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게 되는 것 같아요. 가난한 한옥마을이라 불린 익선동을 환골탈태 시킨 건 바로 도시재생 스타트업인 '익선다다'입니다. 익선다다는 2014년부터 카페, 레스토랑 등 감각 있는 공간들을 만들며 익선동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에 2018년 '서울시 골목길 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후, 익선동의 길은 점점 가꾸어지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익선동은 젠트리피케이션(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라는 과제를 남겼지만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오래된 동네의 가장 성공적인 브랜딩 사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동네 브랜딩



레트로 열풍은 당분간 사그라 들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트렌드라기보다는 하나의 카테고리가 된 것도 같아요. 익선동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더 이상 사람들 발길이 끊긴 동네가 아닌 안정기에 접어든 가볼 만한 동네가 된 것처럼요. 서울뿐만 아니라 수원 행궁동, 경주 황남동, 제주 탑동 등 다양한 지역사회에서도 오래된 동네의 성공적인 브랜딩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난한 야망가들은 또다시 임대료가 낮은 꽤나 괜찮은 낡은 동네를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상권이 좋지 않아도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 핫플이 되고 그런 핫플이 한두 군데 생기면 동네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거든요. 성수동이나 익선동처럼 민간의 거대 공간 기획 그룹에 의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고 을지로처럼 개개인이 하나의 감각 있는 동네를 형성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뭐가 됐건 그들 나름의 로컬라이징을 하고 문화상권은 더 크게 진행 되어가는 것입니다.


여기에 정부 지자체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 제대로 된 타운 매니지먼트가 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주도적이었던 기존의 지루한 도시재생 사업과 달리 민간 업체가 함께 뛰어들면 고유의 혁신성이 생깁니다. 민간업체와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협업해 하나의 랜드마크를 만들거나 (대표적인 예로 부산 복합 문화공간 'F1963' 이 있습니다) 민간 커뮤니티에 힘을 실어줘 그들의 창조성에 의해 더 발전하게 두는 것입니다. 


오래된 동네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고유의 브랜딩입니다. 이제는 오래된 동네를 브랜딩 할 때 민간업체의 유연함을 지켜주고, 지역 원주민들의 삶의 질까지 업그레이드를 생각해야 할 시점입니다. 




소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70213000254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11123000629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10511000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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