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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의 담소 Oct 20. 2023

못 먹어도 Go

영. 알. 못 교환학생에 지원하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세계여행'이었다. 세계여행은 너무 막연한 꿈이었다. 돈이 어느 정도 드는지, 숙소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만약 도난을 당해 모든 것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한국에 돌아올 수 있는지. 생각할 게 너무 많았다. 그런데 당시 페이스북에서 세계여행을 다녀온 인풀루언서들이 막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나의 구미를 당긴 건,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이라는 책을 쓴 안시내 작가님의 이야기였다.


 사실 대학교 초반까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350만 원으로 141일간의 여행을 갔다는 이야기는 내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알바가 끝나자마자 사인회를 달려갈 만큼 작가님의 이야기는 날 설레게 했다. 꽃과 카드를 준비해 갔었는데, 카드에는 이렇게 적었다.


'잊고 있었던 꿈이 생각났어요. 작가님 덕분에 용기가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바로 세계여행을 갈 자금은 없었고, 휴학계를 내고 세계여행을 갈 준비를 하자니 무서웠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왕따였다. 대학교에 와서야 친구들을 사귀고 있었는데, 휴학으로 혼자 대학 생활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마침 동기들이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득 고등학생 때, 국제 문화 교류 학생으로 중국에 다녀왔던 것이 떠올랐다. '아니 내가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면 학기 중간중간 유럽 여행을 갈 수도 있었다. 학기도 인정되고 해외여행에, 그 나라에서 생활까지 할 수 있다니. 1석 2조였던 것이다.


 교환학생의 지원 조건은 아래와 같았다.

선발 학기를 제외한 본 대학교 이수 학기가 2학기 이상인 자

선발 학기 직전 1학기 평균 평점이 3.0 이상인 자

관련 외국어 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 또는 수학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


 교환학생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시점은 대학교 2학년이었지만, 영. 알. 못인 나는 강의를 따라가기도 벅찼다. 성적이 평균 평점 3.0 이상일 리가 없었다.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한 학기는 성적을 맞추고, 지원하는 학기에는 영어 공부를 해서 어학 능력을 키우자.


 성적을 맞추는 한 학기는 정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무조건 해야만 했다. 학교 도서실에 가거나 자리가 없으면 24시간 카페에서 밤을 지새웠다. 물론 대학교 생활도 성실히 해야 했기에 교내 동아리부터 스터디 모임도 나가야 했다. 몸이 하나로는 부족했던 시기였지만, 턱걸이로 성적을 맞추고 나니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황금티켓'을 얻은 기분이었다. '드디어 지원이 가능하다.' 영어 실력이 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스피킹을 잘하지는 못했다. 완벽한 단어와 문법을 구사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 말문이 막히기 때문이다.


 제출 서류를 다 준비하고도, 학교 운동장을 잠시 서성거리다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저 그냥 지원하지 말까요? 영어 면접을 봐야 하는데, 영어로 말도 못 하는데 어떻게 해요."

"너 그거 간다고 성적 맞춘 거 아니야? 안 돼도 지원은 해봐. 그래야 떨어져도 후회는 없지."

"엄마,, 근데 우리 학교는 교환학생으로 가는 해당 학교의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해외 학비가 너무 비싸요. 비행깃값이랑 생활비는 또 어떻게 해요."

"그건 되고 나서 생각해. 엄마가 교육까지는 지원해 준다고 했지. 합격하면 어떻게든 방도를 마련해 보자."

"네!! 못 먹어도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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