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사전적 정의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줌'
힘내라는 이야기, 다 지나갈 거라는 말,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조언. 그 어느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물론 사람들은 본인의 방식대로 위로를 건네지만, 그 어떠한 말들도 와닿지 못할 때가 많았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삶을 견뎌왔는지 알지도 모르면서 하는 말들은 되려 마음을 더 후벼 팠다.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그 말들은 마치 나를 정의하는 듯해서 몇몇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내가 사실 정신력이 약한 사람인가'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런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은 속사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지옥을 견뎌왔는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그 슬픔을 모른다. 인생은 하나같이 개인적이라 타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툭 던지는 위로의 말도,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조언도 상대에게 닿지 않을 수 있다.
저런 말과는 다르게 나에게 큰 위로가 된 말이 있다.
한 번은 자해를 한 적이 있다. 상처는 생각보다 깊어 피가 쉽게 멈추지 않았고, 곧장 병원에서 봉합을 했다. 인생이 아무리 지옥 같아도 시간은 흘러갔기에, 늘 그렇듯 일상적으로 학원에 갔다. 학원 쉬는 시간에 선생님은 담배를 피우시러 나갔고, 나는 바람을 쐐기 위해 따라나섰다. 붕대를 감은 내 손목을 보고 타박상이라고 생각한 선생님은 나에게 붕대는 왜 감았냐고 물으셨다. 나는 자세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거짓말로 별 것 아니라고 에둘러 말하기는 더더욱 싫었다. 그래서 비유적으로 “마음이 좀 아파서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선생님은 더 묻지 않으셨고 “그래? 그럼 오늘은 내가 웃게 해 줄게”라며 웃으셨다.
그 말이 정말 그날 하루를 웃게 해주는 말이었다. 있었던 일에 대해 부담주어 묻지도 않았고 미래는 나아질 것이라는 어설픈 조언도 아니었다. 그저 그날 나를 웃게 해 주고, 하루를 더 살게 해주는 말이었다.
위로는 그렇게 거창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본인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다 아는 것 마냥 조언하고 달래주기보다는 그저 그 순간을 나아가게 해주는 말이면 충분하다.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는 것은 결국 개인의 몫이다. 위로가 훈계가 되지 않게, 일어날 기운만 준다면 상대는 분명 말 한마디에도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