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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선택하기

by shlee

요양원을 알아보는 것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듯하다.

규모가 큰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설과 프로그램이 잘 깆춰져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처럼 작은 곳을 선호하는 사람은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잘 살펴줄 것을 기대해서 일 듯하다.


분당에 있는 작은 요양원에 전화 상담을 했다.

데이케어 센터도 같이 운영해서 낮에는 데이케어 프로그램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도 역시 언제 자리가 날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나마 여자가 더 쉽고 남자는 수용인원이 없는 요양원도 많이 있었다.

그러다 친구를 따라가 보았던 일산의 요양원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아버지를 모시려고 했던 요양원인데 상담할 때 친절하게 설명도 잘해주고 인원에 여유도 있단 말이 생각이 났다.


그때 받았던 명함을 보고 부원장이라는 분에게 전화로 확인을 했다.

입소가 가능하다고 해서 입소 날자를 정했다. 시설도 좋았지만 친절한 설명이 참 맘에 들었었다. 일산에 요양 타운이라는 곳이 있어 요양원이 많이 모여 있고 산속에 있어서 주위 환경이 한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양원이 모여 있는 곳은 웬지 좀 쓸쓸하기도 했다. 실제로 데이케어 센터와 어린이집의 현관 풍경은 비슷하기도 하다. 늘 느끼는 감정이지만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곳은 밝고 활기차고 노인들이 모여 있는 곳은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이 있는 것 같다. 이건 내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

이사를 하는 곳이 분당이어서 거리는 남쪽에서 북쪽 끝이고 이동시간은 왕복 4시간이 걸리지만 친절한 설명이 마음에 들어 그곳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 며칠 후에 전화로 입소가 불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황당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는 했지만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사실을 알고 보니 부원장이라는 사람은 여러 요양원의 마케팅 담당였다.

실제의 요양원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는데서 약간의 차이가 생긴 것이 였다. 실제 요양원 운영의 책임자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대형 요양원의 경우에는 모집을 하는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친절한 설명과 상냥한 웃음 뒤 이면엔 그런 상황도 있었다.

그 분이 설명을 하면서 했던 '제가 관련된 요양원이 여러 곳이 있어요'라는 말이 그때야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됐다. 그러니 대형 요양원의 경우에는 이런 점도 잘 고려해야 낭패를 줄일 수 있다.

여기저기 요양원을 알아보다 보니 보호자 즉 가족들은 시설이 크고 분위기가 밝은 곳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고 국가나 시, 군에서 운영하는 곳을 선호한다고 한다.

정부에서 운영하면 과도한 요구 사항이나 이익을 위한 무리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일 듯하다.


요양원 여러 곳을 알아본 경험이 많은 친구의 소개로 영통에 있는 요양원을 소개를 받았다.

이런 일 저런 일로 지쳐서 도착한 요양원은 생각보다 밝고 넓어 보였다.

작은 곳이 환자의 상황을 눈앞에서 보니 사고의 위험이 더 적을 것 같단 생각과 환자의 숫자가 작으면 세심하게 더 잘 보살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요양원은 건물 한 층을 전체를 사용해서 단층으로는 활동의 범위가 넓어서 좋을 듯했다.

특히 엄마처럼 휠체어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분들은 건물 밖의 풍경이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은 엄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요양원에 가시게 되었다.

요양원을 결정하고 입소 날자를 정하면서 계약서와 입소 절차에 따른 준비도 해야 한다.

전염병 검사도 필수로 해야한다.

요양원이 지정한 병원에서 검사를 해서 생각보다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엄마가 요양원으로 가시는 날.

집에서 요양원까지 가는 도중에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

"어딜 이렇게 멀리 가니? "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 엄마가 뭔가 평소와 다른 곳으로 간다는 걸 느끼는구나.

보통은 데이케어센터에 가셔도 길어야 이십 분 정도 걸리는데 엄마는 더 먼 곳으로 가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천연스럽게 말했다.

"응, 엄마가 앞으로 사실 곳으로 가요"

엄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계셨을까?


내 입장에서 엄마는 무사히 요양원에 입소를 했다.

나는 한시간 정도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는 무슨 일을 해도 마음은 온통 요양원에 있는 엄마 생각으로 가득하니 심난하기만 했다.

요양원에서는 잘 계신다며 식사하는 모습, 프로그램 참여하는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내줬다.

덕분에 조금은 안심과 위로가 되었다.

엄마는 요양원에 가셨지만 나머지 일상은 똑같이 계속되고 있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맛있게 느껴지고 웃음이 나는 일이 생기면 웃게 되는 일상.

그러다 조금 틈이 생기면 마음 속에 있는 무거운 돌덩이가 묵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남아 있는 자의 삶은 참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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