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4년 전, 우연히 도서관에서 토마토를 활용한 레시피가 담긴 요리책을 발견했다. 토마토가 주인공이 되는 책이라니 흥미로웠다. 토마토는 제철에 상관없이 언제나 싱그럽잖아! 최근에는 토마토의 가격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비싸졌지만, 4년 전에는 지금보다 괜찮았던 거 같다. 어쩌면 내가 저렴한 토마토만 찾아다닌 걸 수도 있다. 아무튼 돈이 없던 대학생 시절, 토마토를 한 봉지를 사게 되면서 요리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4년 전에는 늘 생각이 복잡했다. 강박적으로 지난날을 살피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했다. 왜 그토록 일어나지 않은 일에 불안을 느낀 걸까.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안다. 나는 스스로에게 뒤통수를 맞았을 뿐이다. 어린 시절 별생각 없이 떠들었던 말과 행동들이 문득 떠오르면서, 4년 전의 나는 견딜 수 없이 슬퍼진 것이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단절된 일상을 보내서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런데 토마토를 썰고, 양파를 볶고, 육수를 내고. 요리의 과정을 따라가는 동안 나의 걱정은 잠깐 힘을 잃었다. 요리는 현장에 내 정신을 가져왔다. 몸에 정신이 쏙 박히니 기운이 생겼다. 4년 전, 스튜를 끓이면서 나만의 걱정 해소법을 찾게 되었다.
어떤 날은 매일 부엌에 있고 싶다. 글을 쓰는 일 대신 국수를 삶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어지기도 한다. 도마 앞에서 강해지는 몸과 마음을 느낄 때 기운이 생긴다. 한 끼를 차려 먹는 일. 그것만으로도 삶은 살만하다.
앞으로 이곳에 살만하지 못한 생각을 고쳐주는 요리 과정을 적어보고자 한다.
"요리는 가볍습니까?
때때로 생각을 가볍게 요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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