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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조 Jun 11. 2024

토마토를 좋아해

프롤로그



4년 전, 우연히 도서관에서 토마토를 활용한 레시피가 담긴 요리책을 발견했다. 토마토가 주인공이 되는 책이라니 흥미로웠다. 토마토는 제철에 상관없이 언제나 싱그럽잖아! 최근에는 토마토의 가격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비싸졌지만, 4년 전에는 지금보다 괜찮았던 거 같다. 어쩌면 내가 저렴한 토마토만 찾아다닌 걸 수도 있다. 아무튼 돈이 없던 대학생 시절, 토마토를 한 봉지를 사게 되면서 요리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4년 전에는 늘 생각이 복잡했다. 강박적으로 지난날을 살피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했다. 왜 그토록 일어나지 않은 일에 불안을 느낀 걸까.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안다. 나는 스스로에게 뒤통수를 맞았을 뿐이다. 어린 시절 별생각 없이 떠들었던 말과 행동들이 문득 떠오르면서, 4년 전의 나는 견딜 수 없이 슬퍼진 것이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단절된 일상을 보내서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런데 토마토를 썰고, 양파를 볶고, 육수를 내고. 요리의 과정을 따라가는 동안 나의 걱정은 잠깐 힘을 잃었다. 요리는 현장에 내 정신을 가져왔다. 몸에 정신이 쏙 박히니 기운이 생겼다. 4년 전, 스튜를 끓이면서 나만의 걱정 해소법을 찾게 되었다.






어떤 날은 매일 부엌에 있고 싶다. 글을 쓰는 일 대신 국수를 삶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어지기도 한다. 도마 앞에서 강해지는 몸과 마음을 느낄 때 기운이 생긴다. 한 끼를 차려 먹는 일. 그것만으로도 삶은 살만하다.


앞으로 이곳에 살만하지 못한 생각을 고쳐주는 요리 과정을 적어보고자 한다.





"요리는 가볍습니까?

때때로 생각을 가볍게 요리해 줍니다."


#요리는가볍습니까 #고민조 #에세이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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