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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조 Jun 29. 2024

불안을 공처럼 쥐는 감자크로켓

악악이의 추천레시피 1


책방 악어새의 이야기


책방 악어새는 천안 원도심 모퉁이 상권에 있는 작은 동네 서점이다. 머리는 악어 몸은 새인 악어새 ‘악악이’가 운영하는 곳으로, 나는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악악이는 책방 문을 열기 전에 늘 외로웠다고 한다. 머리는 악어, 몸은 새인 희귀한 모습을 가져 악어 사이에서도 소외되고 새 사이에서도 소외되었기 때문이다. 악악이는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슬펐지만 세상 모든 책을 읽으며, 특히 그림책과 시집을 읽으며 마음을 회복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위로를 모두에게 나눠주고 싶어 책방의 문을 열게 되었다. 둥지처럼 포근하게 책방을 꾸며 책방 악어새에 들어오면 포근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외톨이 악악이가 책방 문을 열었다는 사실에 모두 의아했지만, 책방 악어새에서 악악이의 다정함을 느낀 이들은 금세 악악이와 친구가 되었다. 그리하여 악악이는 이제 새와 악어 무리에서도 혼자가 아니다. 악악이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을 만나는 기쁨을 나에게도 알려주었다. 나는 악악이의 모습을 닮고자 정오가 되기 전 11시 30분 책방 악어새의 문을 연다.



이곳은 주로 점심시간에 바쁘다. 근처에 회사가 많아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 분들이 책방에 들러 음료를 마신다. 진열된 책만큼이나 많은 음료 메뉴를 준비해 둔 것은 이곳을 찾아주는 모든 이의 기호를 맞추고자 하는 악악이의 노력이다. 초코스무디와 레몬크러쉬 같이 믹서기를 사용해야 하는 음료가 동시에 들어올 때면 믹서통이 한 개뿐이라 당혹스럽지만, 놀라지 않은 척 손을 빠르게 움직여 일한다.


요 며칠은 바쁜 나날을 보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시원한 음료를 찾는 분들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일하는 동안 내 마음이 자꾸 딴 곳에 가 있어서 더욱 바쁘게 느껴졌다. 위이이이잉- 돌아가는 믹서기 소리를 듣다가, 혼자 남아 책을 정리하는 동안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돈을 벌지 궁리했다. 책방을 지키면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데, 최근 3주 동안은 돈에 대한 생각으로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작은 공간에서 불안을 주무르고 치대다보니 조급함이 마음을 앞질러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하기 어려웠던 거 같다. 오늘의 레시피는 이렇게 걱정하는 내게 악악이가 알려준 것이다.


“불안을 치대지 말고 감자를 치대라!”

불안을 공처럼 쥐고 부드럽게 만드는 감자크로켓!


악악이의 감자크로켓 레시피


감자를 삶고 으깨고 재료를 섞으면서 불안은 사그라들었다. 주방에서는 오로지 재료에만 집중하게 되어서 더욱 힘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희고 누런 감자가 마요네즈와 섞여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어내기까지 우뚝 서서 감자크로켓이 만드는는 일에 집중하는 내가 좋았다. 완성된 감자크로켓은 꽤 그럴사했다. 불안도 이렇게 으깨고 뭉치면 부드러워지는구나. 그래,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 아니겠어? 감자크로켓을 접시에 담았다. 차분한 마음이었다.


걱정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길 바라며 악악이의 감자크로켓 레시피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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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감자 8개를 깍둑 썰어 냄비에 15분가량 삶는다.

감자가 익는 동안 파프리카 1/2, 양파 1/2, 소시지를 잘게 썬다.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 – 파프리카 – 소시지 순으로 볶는다.

양파가 노릇노릇해지면 불을 끄고 삶은 감자를 담은 접시에 옮긴다.

보울에 담긴 감자를 으깨면서 재료를 섞는다. 이때 마요네즈를 넣으면 더욱 수월하게 뭉쳐진다.

감자샐러드의 질감으로 재료들이 섞이면 동그란 모양으로 크기를 잡아준다.

끓는 물에 라이스페이퍼를 적셔 감자의 속재료를 감싼다. 라이스페이퍼는 두 장으로 겹쳐주면 더욱 좋다.

기호에 맞게 치즈를 함께 뿌려주는 것도 좋다.

이후 프라이팬에 속을 싼 라이스페이퍼를 구워주면 튀김반죽 없이도 바삭한 크로켓을 먹을 수 있다.


완성 !

(라이스페이퍼를 꼭 두 장 깔기를 추천. 이렇게 터질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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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메거진을 펼치고 3주간의 시간이 지났네요.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글에서 나온 것처럼 최근 어려운 상황에 놓여 생각이 많아졌어요. 곧잘 주방에 들어갔지만 글을 쓸 기운까지는 생기지 않았네요. 더 이상 늦어지는 것은 불안이에게 좋은 핑계를 줄 것 같아 힘을 냈습니다. 어쩌다 보니 책방의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다음 글의 콘셉트는 또 다를 수도 있습니다..ㅎㅎ 이렇게 종종 튀어나가는 것이 제 글의 특징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쪼록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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