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븐제이 Jun 20. 2024

배우 김진영(덱스)을 만나다.

6월의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영화 '타로'의 무대인사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원래 배우가 아닌데 첫 연기 도전이었고 드라마지만 영화관에서 개봉한다기에 당연히 봐야 된다고 생각했고

실물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렇게 내 손은 빠르게 영화 예매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무대인사 날이 다가왔다.

누군가를 이렇게 아무런 대가 없이 응원하면서 좋아하는 것도 처음인데

무대인사가 웬 말이야.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경험들을 요 근래 많이 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단순히 영화 보고 좋아하는 배우 얼굴 실컷 보고 와야지 했는데

같이 가주기로 했던 친구가 '너 플래카드 안 만들어?'라는 말 한마디에

부랴부랴 준비하고 혹시 모르니 선물도 준비하기로 했다.


무대인사 당일 날.

아침부터 아니 사실 전 날 밤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

이 기분도 오랜만 아니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소개팅 경험도 없는 내가 소개팅을 하면 이런 기분이려나 어림짐작하게 만드는 기분이랄까.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과의 약속된 만남을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며칠 전부터 붓기 관리를 위해 괄사로 얼굴을 밀어버리고 운동 가서 땀도 뺐다.

그날의 착장을 이래저래 고민하며 고르고 골라 정했다.

평소에 하지 않던 화장을 유독 공들여서 속눈썹 한 올 한 올 빗어 올렸고

아이라인의 꼬리를 빼주고 입술에 분홍빛도 얹어주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음에도 배가 고프지 않았고

둥둥 떠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루종일 무슨 생각으로 일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은 가볍게 넘기며

시곗바늘에만 집중했다.


‘앞으로 7시간 뒤, 앞으로 6시간 뒤...’ 숫자만 세어 나갔다.


내가 선택한 무대인사는 종영 시였기에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야 그의 얼굴을 대면할 수 있었다.

시간은 흘렀고 뒤이어 배우들이 등장했다.

이너 위에 체크무늬 셔츠, 진으로 스타일링한 그가 등장했다.

키와 몸무게를 곱씹으며 내내 상상했던 그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마주하니 상상한 대로였다.

사이드파트에 앞에서 두 번째, 비교적 앞자리였기에 엄청 가까이에서 보는 걸로 만족하자

하며 준비했던 플래카드를 들고 한 손엔 핸드폰을 쥐고 눈으로 그를 담았다.


‘너만 보여 김진영’


내가 이런 걸 들고 있을 줄이야.

근데 왜인지 내 쪽으론 눈길도 주지 않는 그가 야속했다.

뒤이어 배우들의 친필사인이 담긴 포스터를 준다고 하자마자 어떤 남자분이 소리를 지르며 받았고

너무나 순식간에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배우들은 떠났다.


이게 뭐지...? 이게 뭐람...?

나 준비한 선물도 있는데...

이쪽은 아예 보지도 않던데.


그렇게 너무나도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아쉬움 그리고 그리움이 밀려왔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한 번 실물을 영접한 이상 이대로는 물러날 수 없었다.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다. 딱 한 번만이라도.

주말에 일하는 직업이기에 당연히 생각도 못하고 있었고 이날도 무리하게 나온 거였다.

하지만 이대로는 포기 못하겠다.


밤새 잠을 설치고 말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희한한 서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