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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븐제이 Jun 13. 2024

희한한 서울

해밀톤 호텔 쇼핑몰에 있는 비자신청센터에서

볼 일을 마치고 오랜만에 한남동 거리를 걸었다.

가 보고 싶었던 매장에도 들러보고 쇼핑을 할까 싶었지만 이내 발길을 멈추었다.

제대로 된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해 힘들기도 했고 다리도 아파 근처 카페로 향했다.

배도 채우고 당도 채우기 위해 아주 달달한 음료가 필요했다.

혼자 앉을 수 있는 좌석에 자리를 잡고 핸드폰 충전기를 꽂은 뒤 주문한 음료를 기다렸다.

뒤이어 내가 시킨 카페모카가 나왔다.

평소라면 좀처럼 먹지 않는 메뉴인데 지금 나에겐 탁월한 메뉴였다.


재충전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엔 아쉬운 마음에 지도 앱을 켜고 곧장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시원하지도 덥지도 않은 미적지근한 온도의 버스 안에서 생각한다.

서울에 나오면 들뜨는 마음 한편엔 복잡하고 번잡하다며 ‘역시나 서울은 나랑 안 맞아.’ 하고는 

뒤이어 한강이 나오면 ‘우와 한강이다.’ 한다.

희한한 서울.


발걸음을 따라온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나무들 틈 사이로 걷다 보니 도착한 곳은 큰 못.

중앙에 정자가 있고 잔잔한 물결 위로 하늘색과 초록색이 이질감 없이 흐른다.

이래서 이름이 거울못이구나.

가만히 보고 있자니 평화롭기 그지없구나.

퇴근길 지하철 만차를 피해 온 곳은 나에게 쉼터가 되어주었다.

크고 작게 들리는 새소리.

얼굴을 간지럽히는 작은 바람.

습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공기와 초여름 냄새.

각기 다른 언어들로 동행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혼자 스케치하고 글을 쓰는 사람.

미세하게 들려오는 지하철 소리.

그 사이에 홀로 앉아 있는 나.

시원한 맥주 아니면 화이트 와인 한 잔 마시고 싶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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