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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븐제이 Feb 15. 2024

오케스트라 공연은 처음이라


설연휴가 지난 화요일, 집에서 한 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하필 퇴근시간과 맞물려 30분이나 더 걸렸다.

교통체증을 평소엔 잘 느끼지 못하기에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수많은 차들과 사람이 한데 엉켜있는 와중에 안전하게 잘 도착한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7시 30분 시작인데 가까스로 공연장에 도착해 자리에 착석했다.

옆 자리에 앉은 중국인 관광객이 자꾸 'Where is piano?'를 외쳐댔다.

장난스러운 말투 같았지만 영어에 자신 없는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어색한 웃음과 함께 'Well, I don't know.'로 연신 대답해 댔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웅장함에 가슴이 떨렸다.

뮤지컬 '파우스트' 후로 공연장을 방문 한 건 실로 오랜만이라 설레었고 재미있었다.

지휘는 안제이 보레이코였고 피아노는 라파우 블레하츠였다.

안제이 보레이코는 외국배우처럼 멋있었다.

내가 앉은자리에선 지휘자의 뒷모습만 보였는데 뒷모습에서도 엄청난 에너지와 파워풀함이 느껴졌다.

오케스트라악단 중 남자분들은 나이가 지긋하고 백발에 가까운 분들이 대다수였는데

잘 차려입은 턱시도와 악기를 든 중년의 모습은 제법 멋있었다.

긴 시간 연주하는 것도 대단한데 과연 저분들은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저렇게 오래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그랜드피아노가 등장하고 피아니스트가 인사를 했다.

어린 왕자 같았던 그의 피아노 선율은 눈을 감고 듣고 있자니 세상 감미로웠다.

감히 감미롭다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부드러운 터치에 강한 울림, 파워풀함이 한데 모여 숲 속에 동화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의 취향은 오케스트라보단 피아노 연주라는 것을.


연주가 끝나고 청중들의 박수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는 인사하고 들어갔다 다시 나오기를 반복했고 앙코르 곡까지 이어졌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졸거나 지루하진 않았지만 터져 나오는 하품을 막지는 못했다.

경험해보지 않았던 것을 마주하는 신선한 재미와

공연장에서의 매너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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