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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Oct 23. 2020

50+50=100 (50점 엄마로 살기로 했다.)

삶의 무게 조금씩 빼기

직장인이자 며느리, 아내이자 딸인 두 아이 엄마

이 여러 수식어가  무겁게  때론 버겁게 느껴진다.


직장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으며 아이들과 학부모께 친절해야 하는 유치원 교사가 되어야 한다.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챙겨주며 사랑으로 케어해야 하는 온화한 엄마가 되어야 하며

(평소에 아이와 함께 못한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주말마다 놀이동산,박물관으로

체험하러 다녔다.)

남편한텐  새롭고 맛난 요리를 해줘야 하고 집안 살림 정리도 잘해야 한다.

때로는 시부모님과 친정엄마께 상냥하게 안부전화도

자주 드려야 하고 용돈도 드려야 한다.


여러 가지  역할을 한꺼번에 수행하려다 보니

과부하가 오는 듯하다.



난  책임감이 좀 강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소홀하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완벽하게 해내 인정받고 싶었다.

사회에서 바라는 엄마라는 역할 기대에 부흥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야만 되는 줄 알았다.

어렸을 때  일찍 아버지와 사별 후 고생하시는

 친정엄마를 바라보며

' 고생하는 엄마께 효도하는 일은 공부 잘하는 딸이 되는 거야! ''엄마 기대에 어긋나면 안 돼!'라며 

늘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래서 융통성이 부족하고

 FM인 모범생처럼 살려고 했던 것 같다.

 


대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대학교에 합격해  입학금은 다행히

친오빠가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 외 분기별로 들어가는

 등록금, 교통비, 식비 등은 모두 내 몫이었다.

내 몫인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매일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음식점 서빙, 전단지 알바, 캠프 학교 선생님....


대학생이 되면 꼭 하고 싶었던 로망이었던 동아리 활동도 잠시 들어갔다 탈퇴를  했야 했다.

힘들게 고생하시는 엄마께

학비를 보태 달라고 하기가 너무 죄송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받으면서도  

아르바이트를  졸업할 때까지 손에서 놓칠 않았다. 

캠퍼스 커플을 꿈꾸고 잔디밭에 앉아 학우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을 무척이나 소망하고 꿈꿨지만

나는 그런 시간을 누릴 여유와 시간이 부족했다.

고생하시는 엄마의 기대에 부흥 보답하기 위해  

소위 착한 딸로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결혼 후 다시 워킹맘이 되고서는

비교당하고 차별당하기 싫어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해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었고

집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잘하는 아이가 되길 바래서 아이들을 다그쳤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인스턴트 음식이 아닌 따뜻한 밥과 반찬을 해주기 위해

매일 퇴근길에 장을 봐서 음식을 했다.

그리고 시부모님과 엄마께 전화를 자주 드리지 못하면 못된 며느리인 양, 못된 딸인 것 같은

죄책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마음이 나서서 하기보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에 전화를 드렸다.




하지만 이런 삶이 꼭 최선의 삶이 아님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진정한 내'가 아닌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동료를  의식하고  남편을 의식하고 자식을 의식하고 부모님을 의식하는 삶을 사는 듯하다.

'내가 직장인이고 엄마이고 아내이고 며느리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며  나를 사회의 인식과 잣대라는

울타리 안에 나를 가두고 있었다.

이제는 나를 의식하는 삶을  사려고 한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려 한다.




 나도 ' 나를 챙겨주는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한다.

내가 챙겨주는 것이 아닌  나도 챙김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칠 때가 있다.

결혼 전 친정엄마가 해주신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얼마나 감사했으며

우렁각시처럼 엄마가 늘 세탁해 놓은 옷을 입고 출근할 때

청소와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여겨도

 늘 정리정돈 있었던 내 방

이 모든 것들이 워킹맘이 되고서야 챙김을 받는다는 것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이제야 깨닫는다.



나는 무한한 상상을 해본다.

아침에, 퇴근 후  나를 위한 따뜻한 밥이

식탁에 놓여 있는 상상

널어놓은  빨랫감이 개켜져  옷장에 차곡차곡

놓여 있는 상상

방 거실, 주방등이 모델하우스처럼

깨끗이 청소되어 있는 상상

아이들 방의 침대와 책상 그리고 옷가지들이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상상


알라딘 램프를 문지르면  지니가 나타나

 "주인님 무엇을 원하십니까?" 하고 물어보면

 "주인 말씀대로 해드리지요"하며

다 이루어지는 상상을 해본다.

그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설렌다.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꿈의 일이지만....



그래서 과감히 빼기로 했다. 나의 점수를....

100점이 아닌  50점인 나로 살기로 했다.

직장에서 50점 집에서 50점으로 살기로 했다.

합하면 100점이 된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100점 엄마가 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선언했다.

"자기야. 애들아 이제부터 엄마를 위해 책을 읽고

글 쓰는 엄마가 될 거야.

지금도 많이 부족한 엄마지만  좀 더 부족해지기로 했어. 이해해줘.

당신과 너희들이 많이 도와줘야 해.

엄마도 꿈이 생겼어. 엄마의 삶을 조금씩 글로 남겨볼 거야"


모두 의아한 표정에 '저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하는 표정이었다.


쉽지 않은 여정임을 안다.

하지만 딸자식, 아내, 엄마가 아닌 나의 길을 가려고 한다.

 어깨에 짊어진 많은 수식어들의 책임감과 완벽함을

조금씩 조금씩 내려놓으려 한다.


조금은 이기적이고 뻔뻔한 엄마가 되어 보려 한다.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이어서 보살핌이 많이 필요하다.

학교 공부, 숙제도 봐줘야 하고 준비물도 챙겨줘야 한다.

남편의 일도 개인사업이다 보니

출퇴근이  들쑥날쑥 불규칙하다.

지방에 내려갈 때도 많고 제주도에서 일할 때는

 몇 달 동안 떨어져 지내기도 한다.

아직 온전히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해야 하지만

조금씩 내려놓으려 한다.

완벽함에서 자유로워 지려 노력할 것이다.

조금 엄마와 아내의 삶이 아닌 나로 행복해지려고 한다.


우선 마음먹었으니 결정의 근육을 단단히 키우고  

아이들과 남편과 조율해 가며 현명하게 사는

워킹맘이 보려 한다.


<내 삶에  더할 것>

+나를 사랑하기(자존감)

+다양한 책 읽기

+위로하는 글쓰기

+운동하기

+남편과 아이들과 대화로 소통하기

+아이들 자주 안아주기




<내 삶에 뺄 것>

-조급함 내려놓기

-자책하는 마음

-욱하는 감정

-TV 시청

-남의 시선과 잣대

-완벽해지려는 마음

-평가하려는 마음



오늘만큼은 아니 앞으로도  엄마, 아내, 딸, 며느리가 아닌 오롯이 내 이름 석자 홍선아  부르며 '사랑한다!" 

'살아내느라 고생했다' ,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라고 큰소리로 외쳐보며

자존감을 높이는 하루하루를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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