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빚이 있으신가요?

마음의 빚 갚던 날

by 서나샘


여러분은 마음이 빚이 있으신가요?

어떤 빚이신가요?


빚을 사전적으로 해석하자면
1. 남에게 갚아야 할 돈.
꾸어 쓴 돈이나 외상값 따위를 이른다.
2. 갚아야 할 은혜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저는 1,2번이 다 포함되네요.

그래도 2번에 좀 더 의미가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자꾸 과거 여행을 하게 되네요.

과거의 경험들이 연결고리가 되어 현재라는 결과물을

생성해낸 거겠죠.



아이 낳기 전 막달까지 일하다


첫아이 낳기 전 막달까지 일을 했어요.

첫아이가 태어난 달이 그다음 해 3월이니까

그해 전 2월까지 일을 했었답니다.

만 5세 반(한국 나이 7세)의 담임을 했으니

아이들의 졸업은 시켜야 했어요.

(졸업식이 2월이니까요)

배가 산만하여 어린 유아들과 생활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햇살반(그때 반 이름) 아이들은 저를 끔찍이도

배려해 주었어요.


햇살반 유아들:선생님 힘드니까 우리가 조용히 해야 해.

이거 무거우니까 우리가 도와드리자~

선생님 힘드시면 앉아 계세요.


그때 아이들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지어진답니다.

(7세 아이들인데 생각이 너무 기특하죠.)

사진첩 속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너무 보고 싶어 지네요.

애들아,너무 보고싶구나!지금쯤 어엿한 성인이되었겠구나~♡

2007년 때 7살이었으니까 지금 21살이 되었겠네요.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하게 잘 생활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얘들아~)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첫아이에게 너무 감사하네요.

저희 반 아이들 졸업은 마치고 세상에 태어났으니까요.

산만한 배로 졸업식장에서 아이들에게

한 명 한 명 졸업 편지를 읽어주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그땐 유치원 샘으로서 졸업을 준비했었으니까요.

정이 듬뿍 든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들, 유치원과 영영 헤어진단 생각에

많이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졸업생 학부모님들도 얼마나 서운해하시던지요.

아기 건강하게 순산하라며 격려와 위로의 말씀

너무 감사했답니다.



육아맘 삶으로서의 시작!


아이가 태어나면서

저는 유치원 샘에서 육아맘으로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첫아이는 축복이고 기쁨이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순하고 잠도 잘 자고 생글생글 웃기도 잘하고

모든 것이 행복한 순간순간들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기쁨은 너무 큰데....

이 시기에 남편이 직업을 다른 일로 전환합니다.

잘해왔던 일을 저와 큰 상의도 없이

그만두고 갑자기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겠다며...

수습생 기간을 갖게 됩니다.

수습생 기간이니 수입이 충족 할리 만무했겠죠.


저는 이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고

남편 수입은 거의 없다시피...

그나마 다행인 건

제가 사립유치원에 다녔던 경력으로 사학연금의 경비가 있어서

그걸로 몇 달은 버티며 지내왔었답니다.


경제적 고비


그런데 그 경비도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한테 들어갈 경비, 생활자금 등은 뻔한데

수입이 마땅치 않으니... 힘들었습니다.

남편은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며 열심히는 하는데..

아직 그 결과는 보이지 않고...


경제적으로 힘이 드니 너무 지치고 우울감이 몰려왔습니다.

은행에 가서 대출도 알아보았지만....

가정주부란 이유로 대출이 될 리 만무했답니다.

그 누구에게도 형제, 친정엄마께도 하지 못한 이 답답함을

유일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언니가 있었어요.


고민 고민 끝에 언니에게

그냥 하소연이라도 하자는 맘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마음의 빚


가만히 이야기 듣고 있던

언니가 위로의 말로 절 달래주었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저희 집으로 찾아와서는

뭔가를 주고 가더라고요.

무엇일지 가늠하시겠죠?


극구 사양했지만....

던지듯이 주고 가버린 언니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여

한참을 멍하니 있었답니다.



마음의 빚 청산


그 마음의 빚을 얼마 전에 청산했어요.

(진심이 담긴 편지와 함께)

언니가 감동의 감동의 표정을 지으며...

지금까지 제게 준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고

기억도 못하고 있더라고요.

알고 보니 언니는 제게 빌려준 의미가 아니라

그냥 주는 의미였더라구요.

하.... 어찌 이럴 수 있을까요?

제가 언니였다면 그렇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요?

깊은 사려심에 또 한 번 저를 되돌아보게 되었답니다.



그 마음의 빚을 갚기까지가 13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이자까지 두둑이 챙겨주고 싶었지만 그러진 못했어요.

우선 원금을 갚고

이자는 마음의 선물과 함께 더 갚는걸로요.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 준 힘


그 언니가 제게 준건 물질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 준 힘이었습니다.

평생 간직하고픈 마음의 위로와 격려였고

마음을 충전하게 해 준

따뜻한 한줄기 빛이었다고 할까요?


그동안 그 마음의 빚을 갚지 못해

많이 불편했는데 이제는 제 마음이 깃털처럼

한결 가벼워진 걸 느낀답니다.


선한 영향력을 주고픈 사람


저는 이제 반대의 입장이 돼보려 합니다.

받기만 하고 의지하려고 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살피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그래서 좀 선한 부자도 되고픈데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아직은 장애물들이 많이 있지만

하나하나 헤쳐나가 보려 합니다.

옆에서 따뜻한 시선과

응원의 눈길로 지켜봐 주세요.

keyword
이전 10화새벽, 나를 담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