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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Jun 25. 2021

제주에서의 한 달 여름휴가여행

생애 최초 한 달이라는 긴 휴가

해마다 여름이 되면 제주도에서 일하는 남편 덕분에 제주도에서 여름휴가를  맞이하게 된다. 벌써 5년 차다. 휴가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5개월가량 독박 육아를 감당해야 하는 힘겨운 처지가 된다. 이로 인해  아빠의 역할, 남편의 빈자리를 여실히 느끼며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는 귀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2019년 8월 한 달 여름휴가여행


제주도에서의 꿈같은 한 달 동안의 휴가를 보냈다. 다행히 이 시기는 내가 근무하는 학교 병설유치원이 내부 공사에 들어갔다. 불가피하게 학교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되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달을 full로 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 티켓팅을 하고  날짜를 세어가며 출발일을 기다렸다. 마치 아이가 선물을 손꼽아  기다리듯 말이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출발하는 날이다.


 처음 비행기를 접해본 우리 아이들은 연신 신기해하며 부푼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를 타는 경험도 좋았지만, 아빠를  3개월 만에 보는 딸아이의  아빠를 향한 그리움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눈빛이 아직도 선명하다.



아빠와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매일 영상 통화를 해가며 마치 연인처럼 꽁냥꽁냥  대화를 나눴던 부녀였다.


드디어 제주도에 도착했다.  아빠가 손을 흔들며 맞이해주었다.  딸아이는 단숨에 달려가 아빠에게  폴짝 뛰어 안긴다.  


"아빠~~ 보고 싶었어요!" "아빠도~~!!" 밀린 얘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누가 보면 몇 년은 떨어져 지낸 줄 착각할 정도였다. 제주공항을 빠져나올 때까지 아빠 품에 안겨 둘이서 눈을 떼지 못한다. 꿀이 뚝뚝 떨어진다~


그렇게 시작된 제주도 한 달 휴가는  남편의  숙소에서 시작되었다.  비록 작은 서귀포 강정동의 한  원룸이었지만 같이 밥 먹고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평일에는 남편은 일하고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도 명소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남편 일이 일찍 끝나면 픽업하러 와주었다. 주말이 돼서야  온전히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놀이를 할 수 있는"제주워터월드"를 시작으로 제주도에서의  한 달 일정은 출발이 되었다. 아침 일찍 시작된 아이들의 물놀이는 저녁이 되어서도 물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체력이 바닥난 엄마는 아이들 체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평일이라 사람들이 없어서 꼭 전세낸 기분이었다.

제주워터월드  

다음은  제주도 "섭지코지"를 둘러보았다. 제주도 섭지코지에 들어서자 드넓게 펼쳐진  광활한  초원과 바다 시야가 확 트이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한 시원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바다 바람을 흠뻑 만끽하며 두팔을 벌려 야호!!! 를 외쳤다.  울타리를 따라 걷다 보면  초원의 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말을 타고 섭지코지를 한 바퀴 도는 느낌은 색다른 맛이었다. 아이들도 처음엔 말타기를 무서워하더니  금방 적응했다.

풍경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연거푸 셔터를 눌러댔다. 청명한 하늘과 에메랄드빛  청아한 바다가 한데 어우러지니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이번엔 어디로 가볼까? 아이들이 있다 보니  체험위주로 계획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코스로 카트를 탈 수 있는 "윈드 1947"을 타러 갔다. 유명한 장소인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카트에 대한 동의서를 쓰고 남편과 딸아이, 나와 아들 이렇게 나누어  카트를 탔다.

윈드1947  카트

나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카트 운전하는 것도 어려웠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속도를 내보려 했으나 두려움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방해가 되었다.


죄책감에 결국 제대로 타지 못하고 중도에 내려야 했다. 아들이 나를 원망했다. "엄마는 카트 운전도 못해!" "창피해!" 하며 속상해했다.  어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결국 안내원에게 양해를 구해 한 바퀴밖에 못 탔으니 나머지 한 바퀴는 아빠와 탈 수 있도록  부탁했더니 배려해주셨다.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속상함과 제대로 즐기지 못한 미안함, 창피함이 한데 엉켜 버렸다. 다음에는 꼭 자신감 있게 속도를 내며 타리라 마음먹었다. 그렇게 카트 타기 경험은 시행착오로 끝나 버렸다.


아들, 미안했어~ 엄마가 다음엔 용기 내서 잘 타볼게.


그다음 코스는  "새별오름"이었다.  오름을 경험하지 못한 나로선 ' 오름에  뭐  구경거리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 안고 출발을 했더랬다.  


그런데 오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오름의 위엄에 압도되었다. 내가 막연히 생각한 오름과는 차원이 달랐다. 드넓은 오름 앞에 내리자마자 시원한 제주도 바람에 휘감겼다.  


그리고 새별오름에 오르는 등반하는 길은 온몸이 휘청 일정도였다. 새별오름 길에 설치된 밧줄을 부여잡고 한발 한발 올라가는데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바람의 위력이었다.  아이들도 연거푸 웃으며 혹시라도 바람에 날아갈까   밧줄에 의지해  천천히 올라갔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을 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만감이 교차했다.

새별오름 올라가는길

내가 세상을 정복? 한듯한 느낌이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구름들이 바로 내 머리 위로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새별오름 정상에서 내려다본 애월 마을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내 마음속 프레임에 꼭 저장하고픈 광경이었다.  바로 이곳은 내 인생의 원픽  여행 장소가 되었다.

새별오름에서 바라본 풍경


이외에도 제주에서 한 달 동안 많은 것을 체험하고 경험했다. 애월 해안도로를 달리며  바라본 아름다운 저녁노을, 배가 고파 우연히 들린 유명한 맛집, 아빠와 처음 해본  바다낚시, 번개 과학관, 초콜릿 박물관, 여러 폭 포명 소들, 제주 민속촌, 그리고 여러 해수욕장에서의 물놀이, 제주 월드컵경기장 축구 관람, 휴애리 청귤 체험....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이 시간이 마지막이라도 된 마냥  열심히 체험하며 눈에 담았다.


다시는 없을 한 달이라는 귀한 시간의 청정 제주도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이 시간을 핸드폰에  저장하기 아까워 사진첩으로 만들었다. 사진첩을 볼 때마다 뿌듯함과 충만감이 밀려온다.


제주도의 한 달 여름휴가는 새로운 풍경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얻어온 듯하다. 가속페달만 쉼 없이 밟았던 내 삶에 큰 쉼표가 되어주었다.

 푸석하고  메마른 내 맘과 몸에 촉촉이 물을 적셔주었다. 힐링을 넘어 또 하나의 비타민,  회복제가 되어주었다.  올여름엔 또 어떤 추억을 아이들과 쌓게 될지  설레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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