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논과 밭 산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지천이 나무와 풀로 뒤덮인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4월이 되면 하얀 눈을 닮은 조팝나무의 꽃이 온 시골 동네를 덮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태껏 나는 이 꽃의 이름을 "싸리꽃"으로 알고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해마다 이 나무로 마당을 쓸 빗자루를 만드셨을 때 싸리빗자루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팝나무라는 사실을 몇 년 전 알았다.
어릴 적, 조팝나무의 추억이 한아름이다.
나의 국민학교 이름은 "두월 분교"라는 곳이었다.
학생수가 많지 않았기에 국민학교에서 분교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시골이라 아이들이 많이 적었다. 우리 반은 여자 4명, 남자아이 7명 총 11명이었다.
전체 학생수는 30명 내외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학교를 가려면 우리 동네에서 산 하나를 넘어야 했다. 시멘트가 전혀 깔리지 않은 자갈이 가득한 흙길을 1시간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에 있었다. 어린 나이에는 그 거리가 너무 멀고 힘들었다. 뛰다가 많이도 넘어졌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학교 가는 그 길목에서 나는 많은 추억상자를 만들 수 있었다.
산딸기 따먹기, 개울물에 발 담그기, 가재잡기, 다슬기 잡기 등등
봄소풍을 가는 날이다.
시골이라 봄소풍 장소는 언제나 산과 들이었다.
매일 보는 산과 들이라도 좋았다. 친구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엄마가 정성스레 싸주신 김밥과 간식을 싸들고 룰루랄라 신나게 봄소풍을 즐겼다.
온통 초록으로 물든 산과 들에서 보물찾기, 장기자랑을 하였다.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이 많았던 나는 노래 부르기가 최고의 장기자랑이었다.
보물 찾기와 장기자랑이 끝나고 자유놀이시간이 되면 우리 반 여자 아이들 4명은 산에 흐드러지게 핀 조팝나무의 하얀 꽃을 손으로 쭉 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