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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Jun 18. 2021

어느 산골소녀의 여름 이야기

나의 유년시절 별처럼 반짝였던 여름방학

녹음이 짙게 드리워진 푸르른 산과 계단식 밭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두메산골이  나의 어릴 적 추억을 담아준 곳이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나의 어릴 적 동네로 잠시 다녀올 예정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풍경을 조우할 생각을 하니 어린아이처럼  설렌다.

여름방학이 되면 나는 친구들과, 동네 언니들과  다슬기를 잡으러 가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신나는 일과 중의  하나였다. 구멍이 숭숭 뚫린 소쿠리 작은 바구니 하나면 필요 충분했다.

시골 동네는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라  앞에는 들, 그 옆에는 맑은 시냇물이  흘렀다.  얼마나 맑고 투명한지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돌 틈에 다슬기가 촘촘히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이다. 미꾸라지, 작은 물고기들도 늘 함께였다.

우리 누가 다슬기 많이 잡나 시합하자! 그래, 그럼 출발!

아랫동네 시냇물을 출발선으로 다슬기 줍기를 시작한다.  허리를 숙이고 돌 틈에 붙어있는 다슬기를 다 잡겠다는 일념으로 초 집중을 한다. 맑게 흐르는 시냇물 결을 거슬러 올라가며 바구니에 다슬기를 하나하나 채워나간다.

으~~ 악, 풍덩!! 앗, 차가워 어푸~어푸

시냇물 속 돌 틈 이끼에  미끄러진  친구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다. 우린 그 친구의 모습을 걱정하기는커녕  보고 "깔깔깔" 박장대소를 했다.  친구는 멋쩍은 듯 일어나 다시 다슬기 잡기 삼매경에 빠졌다.

다슬기를 잡다 돌 밑에서 우연히 발견한 가재는 덤이었다. 가재의 집게 발가락이 무서웠던 나는 뒤로 숨고 또래 남자아이가 가재를 잡아 놀다가 놔주기도 하였다.


아침에 시작된 다슬기 잡기는 점심을 지나 해가 뉘엿뉘엿 지고서야 끝이 났다. 한번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새 바구니엔 다슬기가 한가득이다. 뿌듯한 마음을 안고서 집으로 출발한다. 저 아랫동네에서 시작된 다슬기 잡기는  처음 보는 낯선 동네에 이르러서야  끝이 났다.  그럴 땐 그 시냇물을 따라 그대로 다시 역방향으로 방향을 틀면 동네가 나오니 걱정은 되지 않았다. 다만 시골이라  밤이 무척 빨리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무서워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점심을 굶고 하루 종일 다슬기를 잡았던 터라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엄마께 잡은 다슬기를 드렸다. 바구니 한가득 다슬기를 보시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신다.


하루 종일 이렇게나 많이 잡았어, 우리 딸 대견하네

 얼른 부엌으로 가신 엄마는 아궁이 불에 다슬기를  푹  삶아 주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다슬기를 대청마루에 온 가족이 뺑 둘러앉아 다슬기 살을 빼먹는다.  이때 필요한 건 뭐? 바로 "옷핀"이다.  옷핀 끝으로 다슬기를 잡고 잘 익은 다슬기 속살을 콕 집어 돌돌돌  돌리면 쏙 빠져나온다.


음~~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

진초록색의 작은 다슬기의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다슬기를 먹는 온 가족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핀다. 이날의  밤하늘의 별도 유난히 반짝였다. 바로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듯한 밤하늘의 수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내 마음도 별처럼 즐거움으로 반짝 반짝였던 한 여름의 밤이었다.


접시 한가득이었던 다슬기는 어느새 다 먹고 난  껍질로 수북이 쌓여간다. 동생과  언니, 나는 누가 많이 먹었나 경쟁이라도 하듯 다슬기 껍질을 세어보기도 했다. 다 먹은 다슬기 껍질은 앞마당 수돗가에 깨끗이 씻어 여름 햇볕에 말린다. 시골이라 놀잇감이 부족했던 우리에겐  멋진 놀잇감이 되기도 하고 여름방학 미술 숙제 재료로 안성맞춤이 된다.


 어릴 적 추억이 듬뿍 담긴 그곳, "전라북도 정읍군 산내면 예덕 3리"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는 시골집 주소이다. 동네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고향의  정겹고 푸르렀던  풍경이 유난히 더 그리워지는 날이다.

장독대 옆 아름드리 자두나무, 동글 동굴 넝쿨째 굴러다니는 수박밭, 나보다 키가 더 큰 옥수수들의 키재기. 보라보라 한 작은 열매 오디, 앞마당의 작은 열매 빨간 앵두, 뒷밭에 널린 아기 엉덩이 같은 복숭아나무들, 숲길 따라 쭉 펼쳐진 산딸기.... 결코 잊히지 않는 내 마음속 한 폭의 저장된  풍경화다.


잠시 어린 시절 추억에 잠겨 되새겨 보니 가슴 시리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꼬꼬마 시절  동네 친구들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친구들아 보고 싶구나.

이번 주말은 다슬기를 사러 시장에 한번 들러야겠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먹어보고 싶다. 엄마의  어린 라테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가슴 따뜻한 기억을 공유하며 추억 되감기를 해보려 한다. 고향의 아련하고 따스했던 기억은 방전된 내 마음을 충전시켜주는 충전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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