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덴마크는 다문화 사회에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지난 글에서 덴마크의 그린란드 식민지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오늘은 그에 이어 덴마크의 폐쇄성과 그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민자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덴마크를 가기 전에, 유튜브에서 '덴마크의 행복이 이상한 이유(feat.휘게의 모순)'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봤었다. 덴마크는 휘게를 강조하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불리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매우 폐쇄적이고 차별적이라는 내용이다. 덴마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준 영상이라 흥미롭게 봤었는데, 내가 실제로 경험한 덴마크는 이 영상에서 다룬 것만큼 차별적이진 않았으나, 궁금해서 덴마크인 선생님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본 결과 분명 차별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건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그게 그들이 의도해서 하는 차별이라기보다는, 단일민족으로 오래 살아왔고 민족주의적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이방인들에게 경계심이 높다는 걸로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청년들보다는 나이가 좀 있는 분들에게 그런 경향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단일민족이 익숙하다 보니 이민자에 대해 매우 배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나.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중국인 혐오나 외국인 노동자·이주여성을 깔보는 문화가 비슷하게 덴마크에도 있다고 이해하면 적절해보인다. 물론 이 이유로 차별이 정당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고, 오늘 써내려갈 덴마크의 폐쇄성 이야기를 그저 남의 이야기라 듣기보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읽어주시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러한 배경을 설명해본다.
덴마크 사회는 왜 이렇게 폐쇄적인 것일까? 이런 문화가 생긴 데에는 강력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원래 아주 대국을 이루며 부강한 나라로 살아왔던 덴마크는 1,800년대에 스웨덴, 독일과의 전쟁에서 연이어 패하며 영토와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국민의 절망감이 극도로 컸던 이 때에,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영웅이 나타났다. 한 명은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덴마크의 문화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니콜라스 그룬트비'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덴마크 영토 개간에 앞장선 '엔리코 달가스'다. 그룬트비는 평민의 힘을 강조하며 '농민학교'를 시작으로 공동체정신을 강조하며 덴마크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되찾아주었고, 달가스는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는 구호로 황무지 개간운동을 펼치며 독일에게 빼앗긴 만큼의 영토를 덴마크 내부의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어내는 성과를 만들었다. 이들은 당시 더불어 함께하는 공동체 정신으로 이런 일들을 해냈고, 이는 지금의 부강한 덴마크를 만들어낸 기초가 되었다.
일제강점기를 이겨내고, 전쟁을 이겨내고, 독재를 이겨내고, IMF 외환위기를 이겨내고... 우리나라도 수많은 위기를 겪었고, 그 때마다 국민들이 한 마음이 되어 나라를 살려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위기를 함께 이겨낸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공동의 정서가 만들어졌고, 강한 민족주의를 갖게 됐다. 이러한 우리의 경험을 비추어본다면 덴마크 국민들의 민족주의가 많이 이해될 것이다.
게다가 덴마크는 앞서 소개한 '에프터스콜레', '폴케호이스콜레' 등이 있고 공교육에서도 1~7학년까지 한 학급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들도 있어서, 소수의 사람들과 아주 깊이 있는 교류를 하는 게 익숙한 사회다. 내집단이 강한 사회인 것이다. 또한 50~60%의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외부인에게 국가의 자원을 공유되는 것이 곧 나의 사유재산이 나의 동의 없이 공유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는 세율이 덴마크의 절반도 안되는데 외국인들이 나의 세금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며 분노하지 않았나.
세금과 관련해서 또 다른 관점도 있었다. 내가 '덴마크도 언젠가 이민 문제에 직면하게 될텐데, 그 때에도 덴마크가 지금처럼 행복한 나라로 유지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하냐'는 질문을 했을 때, 한 선생님은 세금과 관련해서 답을 해줬는데 그 관점이 참 새로웠다. 지금 본인이 60%의 세금을 내면서도 'happy about it'이라 여기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다 세금을 이만큼 내고 있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인데, 이만큼의 높은 세금을 내지 않았던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은 세율이 너무 높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어떻게든 적게 내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그런 행동은 우리 사회의 신뢰를 깨게 될 거고, 모두가 높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신뢰가 깨진다면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이런 고세율 고복지 사회를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덴마크 사람들은 내가 자라면서 이만큼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다음 세대와 사회를 위해 기꺼이 세금을 낼 수 있을테고, 내가 낸 세금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신뢰가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소득의 50% 이상을 세금으로 낸다는 게 너무 과하게 느껴지기는 할 것 같다. 당장 나에게 물어봐도 내가 그만큼의 세금을 기꺼이 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으니 말이다.
한 가지 더 생각해보자면, 덴마크의 인구는 고작 600만명이다. 우리나라의 1/10 수준인 것이다. 덴마크 사람들에게 이민자 이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늘 그들은 스웨덴과 덴마크를 비교해서 이야기해줬는데, 스웨덴과 덴마크는 매우 비슷한 북유럽 국가이지만 50여년 전 난민/이민자 정책의 차이로 현재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이민자에 대해 매우 폐쇄적인 태도를 보인 데 반해 스웨덴은 이민자 친화적이었고, 시리아 전쟁 때에 유럽에서 가장 많은 수의 난민을 수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스웨덴은 유럽에서 인구 대비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되었다. 현재 스웨덴 인구는 천만명이 조금 넘는데, 그 중 이민자 비율이 25%에 육박한다. 원래 인구가 적었다 보니, 비율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안타깝게도 스웨덴은 사회통합 정책의 실패로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이민자 혐오,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로 씨름하고 있다. 스웨덴은 최근 유럽 내에서 강력범죄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되었는데, 갱단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촉법소년 연령대의 난민 2세들에게 접근해 테러나 마약판매 등을 사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단편적으로 보자면 '스웨덴의 사례를 보니 역시 나라에 이민자가 많아지는 건 안좋아'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이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인구는 국가의 성장동력과 직결되어 있고, 북유럽 국가들의 저출생 경향은 나라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인구가 적은데 출생률도 낮아지다 보니 국가의 성장, 더 나아가자면 국가의 존속에까지 위기가 오게 된다. 우리나라도 저출생 문제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 않나. 여기까지 고민하게 되면 '과연 덴마크 사회가 언제까지 이런 폐쇄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게 된다.
지금 당장은 이민자를 많이 받은 스웨덴이 못했고, 이민자를 받지 않은 덴마크가 잘했다고 보일 수는 있겠지만, 2~30년 뒤까지 그럴지는 모르는 일이다. 결국 이 문제는 덴마크도, 우리나라도 나라의 존속을 걸고 고민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저출생과 인구감소는 멈출 수 없는 현상이고, 결국 답은 이민자를 받아야 한다는 걸로 정해져 있다. 다만 그 과정을 어떻게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잘 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일테다. 이 이민자 문제는 유럽에 있던 4달 내내 고민했지만 결국 '너무 어렵다!'는 결론밖에 내리지 못한...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다음 기회에 다른 유럽 국가들을 다니며 느꼈던 것들까지 정리해서 한 번 더 글을 써보려 한다. 우리보다 앞서 이 문제들을 겪은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교훈 삼아 지혜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깊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