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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yt Oct 06. 2023

가라앉지 않기 위한 발차기

10월 6일 수영을 하고

10월 6일의 수영 이번 달 두번째 수영날이었다. 첫날에는 오랜만에 시작한다는 설렘이 있어 번쩍 일어났는데, 오늘은 왠지 마지막까지 자고 싶었다. 그래도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다. 만약 수영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자고 있었겠지. 내 마음이 그랬듯,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그랬나보다. 그저께보다 확연히 출석한 분들의 수가 적어졌다. 내가 힘들 땐 다른 사람들도 힘들겠구나, 그리고 그때 한 발짝 더 내딛는 게 중요하겠구나 싶었다.


물 속에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는다. 어떤 환경은 중력이 센 나머지 그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칠 때가 있다. 때론 발차기를 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발차기는 나에게 오는 중력을 상쇄하느라 애쓰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걸 상쇄하고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어찌나 경이로운 일인지. 팔도 같이 헤엄치는 순서가 되었을 때 기뻤다. 조금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어서, 그리고 그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다음으로 배영을 했다. 중간에 선생님이 날 물 밖으로 불러내어 앉아서 발차기 연습을 시키셨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한 바퀴를 도는 동안 나는 힘을 빼고 설렁설렁 앉아서 발을 찼다. 선생님께서는 그 부드러운 느낌을 기억하라고 하시면서 다시 물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셨다. 힘을 주었을 때보다 훨씬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었다. 숨도 이전에는 100미터 달리기 하듯 헥헥 거리고 쉬었다면, 한번 크게 숨을 참았다가 다시 내쉴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수영이 끝나고 나오면서 모래 주머니를 차기라도 한 듯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저께도 그랬는데, 그래도 오늘은 조금 덜 그럤다. 물 속이라는 환경은 아직은 내게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땅보다 더 큰 노력을 요구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는 것처럼 느끼더라도 그 환경을 겪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애쓰고 있음을 수영을 통해 기억하고 싶다. 그 발차기들이 쌓여 나를 더 먼 곳으로 데려가줄 것이다.


아침 수영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 나를 벼리는 시간이다. 온갖 생각들을 물 속에 가라앉힌 채, 중요한 것들을 그러모아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간다. 그러고나면 조금 더 삶이 또렷하게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이 좋다. 계속 더 헤엄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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