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um Mar 03. 2021

DAAD 장학금을 받았다

작업실이 너무 좋아

“언니! 3학기부터 장학금 지원할수 있어요.”

“정말?”

„Motivation과 교수추천서가 가장 중요하니 준비해봐요!”


생활비를 벌면서 공부와 작업을 동시에 하는것이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학교수업은 8시나 9시에 시작하고 수업마치고 바로 학교식당 Mensa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이 되면 싸가지고 온 음식으로 간단한 요기후 작업실 이젤앞에서 밤까지 항상 작업을 하는 루틴이 반복되었다. 힘들지만 그래도 이 생활이 너무 감사했다. 표현에 한계가 없는 세계에서 나의 잠재력을 맘껏 펼칠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하며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중 학교 선배이자 친한 동생의 제안으로 장학금 정보를 얻게 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전해들었다. 외국인들은 DAAD라는 장학금을 신청하는데 뽑히면 학기에 200만원에서 250만원을 받게된다는 것이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는 유학생에겐 피같은 돈이라서 신중하게 모티브를 쓰고 교수의 추천까지 받았다.

교수님은 나를 좋게 봐주셨는지 나의 사정을 듣고는 정말 성의있게 A4 1장을 빼곡히 써주었다. 학교 행정과에 제출을 하고 몇주후 기다리던 기쁜 소식이 왔고 정말 날듯이 기뻤다. 무엇보다 공부와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벌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시작의 도전은 늘 새롭게 한다.

1년 장학금 소식을 듣고 난 나 자신을 다시금 칭찬해주었고 감사해 했다. 대학을 붙은 첫번째 성취감이 소속감을 주었다면 두번째의 성취감은 잊고 있었던 잠재력을 일깨워 주어서 짜릿하기만 하였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작업을 하면서 엔돌핀이 솟아나고 인정까지 받으니 그 기쁨은 이루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은 오히려 달아날까봐 불안하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나의 30대 중반은 그 어떤 방해도 장애물도 없이 유유히 나의 또다른 나인 작품들과 흘러가고 있다.


독일에 와서 나이를 잊고 살기로 마음먹고 카카오 톡이 혹여 방해가 될까봐 인터넷도 안되는 2G폰으로 통화만 하면서 독일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조금은 나의 루틴을 강제적으로 바꾸었다. 노트북이 고장난지가 오래되었는데 고치질 않았다. 왜냐하면 한국 소식이 궁금하니 노트북으로 한국소식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잠시 멈추기로 한것이다.


들리지 않는 독일어 수업은 언제나 나의 입을 다물게 하였고 열심히 필기를 하지만 항상 한 문장을 적은 기억이 없다. 너무 빠른 교수님의 말과 철학 용어 미학 용어들은 아주 자극적이고 신선하여서 나의 영혼에서 봇물같은 영감의 소스가 되지만 리포트를 써야하는 입장에서는 이해를 꼭 해야만 한다.
3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였다. 독일의 철학을 배우면서 온전한 내안을 들여다보고 변화된 삶을 관찰하다가 또다른 나의 깊숙한 서랍안을 계속 들여다보고 귀를 기울였다.


가치관이 꿈틀거리고 바뀌고 정체성의 혼란과 방황의 매듭을 지고 풀고 나의 영혼은 언제나 하늘과 땅 사이에서 뒤움박질치면서 나의 겉껍질을 벗겨나가고 있었다. 단단히도 꽁꽁 싸매여진 나의 알몸은 그렇게 나오고 싶었던 때를 훌쩍 넘겨서 그렇게 지구 반대편에서 날개짓을 하였다.

난 항상 작업실에서 밤 12시에 집에 가는 것이 좋았다. 학교가 시골이라 밤에 돌아다니는 젊은 사람도 많이 없고 작은 동네지만 치안이 좋아 무섭지가 않아 동선은 언제나 학교 작업실 집이었다.




“언니, 신발 없어요?”

하루는 반가운 동생이 오랜만에 근처 작은 커피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작업하다가 실내화를 그대로 신고 갔는데 신발을 안바꿔 신고 온것이다. 훗, 나도 모르게 창피해서 웃음이 나왔지만 작품몰입을 너무 과하게 했던 거라 은근히 좋았다.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에 ‘산만하니 주의요망’이라는 문구를 본적이 있었다. 집중력이 부족한건데 커가면서 나도 궁금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곳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있던 곳에서의 집중은 훈련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것을 커서 알게된것이다.

가정환경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 환경으로 인해 나의 결핍을 적어도 지금은 즐기고 있는것에 다만 감사할뿐이다. 결핍으로 인한 바닥을 치는 에너지는 고스란히 나의 작품을 통해 표현되어진다.

나의 결핍은 내가 선택한 것으로 이뤄진것보다 어그러진 사람들의 무지로 인한 선택의 결과라서 앞으로의 날 위해 내가 할수 있는건 내가 가지고 있는 자유의지에 따르는 순리에 책임질수 있는 선택이다.


난 순리에 거스르지 않는 선택을 하기로 한다. 그것은 나를 만들어 줄것이고 성장시켜줄 것이라 믿고있다.



2013 독일의 한 작은동네 작업실에서




이전 03화 독일 문화에 물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