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숲속의 이별
“누나, 오늘 교수님댁 뱀 밥주러 가야해.”
실습차 다른나라에서 매일매일 같은 숲속 한적한 어느장소에서 그림을 그리시다 독사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세상을 다른시각으로 살아가게 되었다며 왜 무서운 뱀을 키우냐는 질문에 뱀을 키우시는 이유를 설명해주셨다.
미학시간 교수님의 자신에 대한 동기부여를 듣고 날 바라봤다. 다음날도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는 죽음의 두려움보다 내면의 바뀌어진 필연성이 더 컸기 때문인것이라 생각한다. 교수님은 여행을 떠날때는 뱀한테 밥을 줘야한다며 교수님의 부탁으로 내가 아는 동생은 아직도 밥주러 간다고 한다. 예술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고백하셨던 그리고 묵묵히 지금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같은길을 가시는 교수님이시다.
땅만 보고 걷던 난 하늘과 숲을 보기시작했다. 풀리지 않던 매듭을 풀기라도 하듯 자연과의 만남을 온전히 즐기려는 것도 처음엔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집 뒷산 처음 숲을 갔을때 길을 잃어 아침에 갔다가 밤이 되어 돌아왔지만 생각보다 싫지가 않았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난 산으로 향했다. 자연과 함께 조금씩 크기 시작한다. 너무 좋다. 어느날은 나무들한테 말도 걸고 혼자 웃고있었다.
나무의 오묘한 모습들을 난 이 나이에 관찰한다. 이 자연의 모습이전을 상상해보며 흙냄새, 새소리, 낙엽 밟는 소리, 말발굽 소리 들어야 하는 소리도 너무 많고 맡아야 하는 향도 너무 많았다.
난 여지껏 인위적인 그런 그렇고 그런 냄새와 시선에 날 가두어 두고 있었겠구나 불혹을 앞두고 느끼는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이젠 사람들이 산이 좋다 면 공감할수 있어 무척 설레였다.
도대체 난 이제껏 뭐하고 살았지?
음악을 듣는걸 좋아하는데 산에 갈때면 이어폰은 주머니에 넣어둔다. 오감으로 느끼는 이 순간은 나에게 주는 힐링시간이다. 해가 중천에 있던 어느날 평소에 출발했던 곳이 아닌 해를 따라 반대방향에서 출발해서 거꾸로 가기 시작했다. 여기 100번도 더 왔는데 새롭고 낯설다. 천천히 관찰중이다.
어느날 존경하는 교수님 안드레아스 라히엘과의 이별하는 날이 왔다. 갑자기 학교를 떠나게 된 것이다. 너무나 배울것이 많았는데 너무 아쉽고 슬퍼서 그림을 그리자고 했다.
교수님앞에서 발표후 zweifellos (의심없는)라는 평가를 받고 구태여 작품에 대한 말이 필요없다는게 칭찬인걸 인지하고 숨기고만 살아왔던 나의 억눌림을 표출할수 있었던 희망과 소망을 주신 교수님을 기억할수 있는 그림이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