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나
진급을 위한 진급
4개월 만에 면접 합격, 사내 자격증 한 번에 PASS
성장을 가로막는 물리적인 한계와 커다란 조직 속의 작은 나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성취감이 있지만 진급만큼이나 커다란 성취가 있을까? 진급을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며 그 자체가 동기부여가 되기는 했지만 진급이라는 커다란 성취를 맛보니 작은 성과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진급을 하고 슈퍼바이저로서 관리자 업무를 하면서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재미는 있었지만 일을 하면서 더 궁금하고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겼다. 스타벅스는 1500여 개의 매장이 모두 직영으로 운영되어 매장끼리의 각종 지표들을 비교할 수 있었는데 같은 시간대 길 건너 매장보다 우리 매장이 고객이 많았음에도 매출이 낮은 이유, 고객 설문조사가 길 건너 매장보다 왜 낮을까 등등 여러 가지 지표에 대해 분석하고 우리 매장에 맞는 액션을 취해 결과를 도출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 직급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가령 운영에 관한 게시판에도 내 직급으로 볼 수 있는 자료와 그렇지 않은 자료들이 나뉘어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매출에 관한 타 매장에 대한 정보는 더더욱 볼 수가 없었다. 방법은 한 가지, 진급을 하는 거였다. 부점장, 점장으로 진급을 하면 타 매장에 대한 지표를 자유롭게 볼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지역 매니저가 된다면 내가 담당하는 지역들에 대한 분석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진급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또다시 진급에 대한 욕심을 가졌다. 진급을 위해선 수많은 운영에 관한 사항들, 사건사고들에 대한 처리 방안 등등 정말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그것들은 걱정되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진급을 하기 위해서는 이 직급에서 일정 기간 이상의 근속 개월이 또 필요했다.
처음 몇 개월은 새로운 일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 뒤로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체크할 것들이 조금씩 바뀔 뿐, 매장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변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들이었기에 더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내 욕구를 채워주기엔 부족했고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 기간들이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물론 한 매장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여러 중요한 것들이 있고 회사의 대외비라는 것도 있기에 중요한 직책에 권한을 부여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한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이런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기에 회사에서도 이런 일을 할 직급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배우고 성장하는 것들이 중요했기에 기다림이 너무 힘들었다.
부서가 나뉘고 직급이 나뉘며 각 부서와 직급에 따른 역할과 권한이 분산되어 있는 커다란 조직에서는 딱 내가 할 일만 하면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성장하고 배우고 싶어도 기다려야 하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들을 보며 어쩌면 커다란 조직문화는 나와는 맞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진급을 하지?',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지?'
부점장으로 진급한다고 해도 나의 성장에 대한 욕심이 채워질 거 같지 않았다. 진급을 한다면 또다시 그 상황에 맞게 진급을 하고 싶을 거 같고 결국엔 내가 진급을 위한 진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직에 대한 회의감과 진급을 해야 하는 이유가 점점 사라졌고 성취해야 할 것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