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부터 출발한 내적 동기를 찾아서
일을 하면서 항상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누군가를 만족시키고 싶어서 열심히 일을 했던 거 같다.
보통 그 대상은 직장 상사가 되었고, 어떤 조직에 있던 나의 상사는 항상 존재하기에 어떤 업무를 하던 나는 항상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상대방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면 만족시킬 수 있을까,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움직였었다. 그렇게 직장 상사를 만족시키니 자연스럽게 인정을 받게 되었고 나는 그렇게 열정 넘치고 열심히 하는 일잘러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내 동기부여가 바로 타인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 바로 그게 문제였다.
인정받고 싶고, 만족시키고 싶은 사람이 없어지자, 나는 뭘 위해 일을 해야 하는지 목적을 잃어버렸다.
한 번은 내가 시프트 관리자* 로 마감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다음날이 xx 주년 기념 프로모션 MD가 출시되는 날이었다. 문제는 다음날 팔아야 할 중요한 MD 상품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중요한 MD였기에 오전에 물류 입고가 되지 않았다면 분명 인수인계가 되었을 텐데 오전 근무자들로부터 나는 전달받은 게 없었다.
이미 퇴근 시간은 지났고, 내가 찾지 못하고 괜히 퇴근 한 오전 관리자들한테 업무 연락을 하는 건 아닐까 싶어 사내 어플 인수인계란에 프로모션 MD에 대한 내용을 남기고 퇴근을 했다.
*시프트 관리자 : 시간대 책임 관리자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러고 다음날 출근을 하니 난리가 났다. 창립 xx 주년 중요한 프로모션 MD가 없으니, 그걸 사기 위해 아침부터 기다린 고객들은 화가 나고 아침부터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한 파트너들은 엄청 난감하고 황당했을 것이다. 다행히 점장님이 인근 매장에서 소량을 받아 일부 팔 수는 있었지만 결국 고객도 돌려보내고 우리 매장은 팔 기회를 놓쳤으니 매출 상승에 대한 기회를 잃은 것이다.
이 소식은 지역 매니저의 귀까지 들어갔고 점장님도 분명 한 소리 들었을 것이다. 결국 어제 시프트 매니저로 마감 업무를 한 나는 호출을 당했고 나 역시 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전날 프로모션 MD 입고 때 검수 입고를 점장님과 관리자 A가 나눠서 진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보통 검수 입고는 수십 개의 물품으로 인해 헷갈릴 수가 있어 한 명이 담당하여 진행하나 이상하게 그날은 2명이서 진행을 했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프로모션 MD가 입고되지 않은 것을 체크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오전에 진행한 검수 입고에서 놓친 것이 내 근무시간까지 오면서 아무도 모르게 지나간 것이다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단 모두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점장님이 해당 일에 대한 보고를 '매장 관리자 A의 검수 입고 누락으로 인한~' 이런 식으로 보고를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동안의 근무시간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등 여러 신뢰의 문제가 겹쳐 더 이상 내가 믿고 갈 사람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만족시키고자 하는 사람,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이 사라지자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고 그즈음부터 번아웃이 오기 시작했던 거 같다.
'일적으로 닮고 싶다, 저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 나도 저렇게 성장할 수 있겠지?
저 사람 멋지다! 저 사람 눈에 들고 싶어..!'
잘 보이고 싶다는 욕심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랄까, 이런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고 나 역시 이런 욕구로 인해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의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는 오로지 나로부터 시작이 되어야 한다.
내적 동기가 아닌 외적 동기는 건강하지 못한 시작이 될 수 있고 오래가지 못하는, 일시적인 동기부여다. 결국 언젠가는 흔들릴, 예고되어있는 불안한 동기부여, 딱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만약 나 자신이 왜 일을 하는지, 왜 성장하고 싶은지 내적 동기가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내적 동기를 찾아야 한다.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으며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나를 매우 흔들어 놓는다. 애초에 잘못 쌓아 올렸기에 언젠가는 무너질 '나' 였기에 지금이라도 흔들어서 무너트리고 제대로 튼튼하게 나 자신을 쌓아 올리는 게 빠른 길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나 또한 그렇게 무너졌고 지금 다시 튼튼하게 나 자신을 쌓아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