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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성일 Mar 17. 2022

6. 직장 상사가 맘에 들지 않을 때 (2)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단호박을 날리세요 (2)


음료는 끊임없이 밀려들어왔지만 나는 샷 글라스를 내려놨다. 그리곤 점장님의 눈을 보고 말했다.



'로제타*는 원래 말투가 그러세요?'

*등장하는 인물의 닉네임은 지어낸 닉네임입니다



그러자 그 점장님은 앞에 손님들 계시니 이따가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나는 한 마디를 더했다.


'예전부터 참아왔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바로 진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한 명만 빠져도 다른 파트너들이 힘든 걸 알기에 바로 아무렇지도 않듯이 일을 했고, 추후 점장님과의 대화에서 어떤 말들을 할지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점장님의 퇴근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아무 말이 없었고 결국 본인의 퇴근시간이 되자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퇴근을 해버렸다. 마치 대화를 피하고 싶어 허둥지둥 빠져나가는 듯이 보였고 그 후로도 점장님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단 한 번도 대화를 꺼낸 적이 없다.



이제는 업무적인 이야기들 조차도 다른 파트너를 통해서 전달이 되었고, 점장님이 쉬는 날은 내가 일하는 날이었으며, 내가 쉬는 날은 점장님이 일하는 날이고, 그 점장님이 오픈을 하면 나는 마감으로 스케줄이 작성되었다. 무려 그 점장님이 다른 매장으로 발령 날 때까지 수개월 동안..



마냥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길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누구는 당시 나의 행동에 대해 어른에게 버릇없는 행동은 아녔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분이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대하는 행동을 생각해보면 내가 했던 행동에 부끄러움은 전혀 없다


사건 당시 점장님과 나를 제외한 4명의 파트너가 더 있었는데 한 파트너가 시간이 지나고 웃으면서 말하길, 당시 내가 점장님에게 첫마디를 건넨 순간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파트너들은 속이 다 시원했다며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사실 다른 파트너들도 그 점장님에 대한 불만과 짜증이 있었지만 무섭기도 하고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생각에 말을 그동안 꾹꾹 참아오고 있었다. 조그만 실수에도 화를 내고 예민하게 반응하며 기분파였던 그 점장님이 그 사건 이후로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게 줄어들었고 조금 변한 거 같다고 했다.



당시 사건을 기억에서 불러내 구성을 하다 보니 조금은 자극적이게 보일 수 있으나, 그 점장님과 약 10개월 동안 지내며 인사(역량평가)상 불이익으로 '최단기' 진급도 물 건너갔으며, 업무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받는 나를 이제는 더 이상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 한번 못했던 내가 이 사건을 계기로 깨달은 것이 있다.


나를 소중히 하지 않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할 말을 하고 살아도 걱정만큼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 사람은 하고 싶은 말 다하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데, 왜 우리가 그 상처를 받아야 하는가? 적어도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에게는 할 말은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사건 이후로 나의 가치관 자체가 송두리째로 바뀌어버리는,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을 가져다준 사건이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머리로만 이해하려고 했던 '나'를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을 이제는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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