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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 Jun 05. 2023

분갈이를 해 드리겠습니다

토리시 10

<분갈이를 해 드리겠습니다>


어린 장미가 말했다

이 화분은 너무 좁아요

내 뿌리는 용수철처럼 꼬이고

내 줄기는 쭉정이처럼 비쩍 골았어요


꽃나라 임금이 그 말 듣고

오래 고심하였으니, 그의 답은 이랬다.

예, 분갈이를 해 드리겠습니다


몇 주 후 어린 꽃은 다시 말했다

이 화분은 너무 답답해요!

물은 쉽게 고이고 햇볕은 아득해요

잎은 창백하고 가시는 타들어가요.


꽃나라 임금이 그 말 듣고

다시 고민하였으니, 그의 답은 이랬다

그럼, 분갈이를 해드리겠습니다


몇 달 후 꽃이 다시 말했다

이 화분은 너무 끔찍해요!!

흙은 메마르고 잎에는 응애가 들끓어요

진드기 뿌리파리도 총채벌레도 나를 좀먹어요


꽃나라 임금은 그 말을 듣고

좀 고민하는 척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시다면 분갈이를 해드리겠습니다


장미는 더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임금의 서재에는 새 화분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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