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를 해 드리겠습니다>
어린 장미가 말했다
이 화분은 너무 좁아요
내 뿌리는 용수철처럼 꼬이고
내 줄기는 쭉정이처럼 비쩍 골았어요
꽃나라 임금이 그 말 듣고
오래 고심하였으니, 그의 답은 이랬다.
예, 분갈이를 해 드리겠습니다
몇 주 후 어린 꽃은 다시 말했다
이 화분은 너무 답답해요!
물은 쉽게 고이고 햇볕은 아득해요
잎은 창백하고 가시는 타들어가요.
꽃나라 임금이 그 말 듣고
다시 고민하였으니, 그의 답은 이랬다
그럼, 분갈이를 해드리겠습니다
몇 달 후 꽃이 다시 말했다
이 화분은 너무 끔찍해요!!
흙은 메마르고 잎에는 응애가 들끓어요
진드기도 뿌리파리도 총채벌레도 나를 좀먹어요
꽃나라 임금은 그 말을 듣고
좀 고민하는 척하더니 입을 열었다
정 그러시다면 분갈이를 해드리겠습니다
장미는 더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임금의 서재에는 새 화분이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