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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휘 Nov 01. 2020

이렇게 예쁘고 맛있는 채식

이렇게 예쁜 것을 먹는다는 것

혹시 요리를 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식재료를 손질하다가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있을 것이다. 채소를 손질하면 그 모양과 색의 다양함이 예뻐서 가끔 들여다보게 된다. 채소는 참 모양이 다양하다. 또 같은 채소라도 뿌리, 줄기, 열매의 색과 모양이 다르다. 향도 식감도 채소마다 다 다르다. 채소 요리를 할 때의 기쁨은 이런 색과 모양과 향과 촉감을 느끼는 것이다. 고기나 생선보다 더 다양한 색과 모양과 향을.     


하얀 양송이버섯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귀엽고, 파프리카는 빨강, 노랑, 주황, 색색깔이 예뻐서 가득 썰어 놓으면 음식이 컬러풀해진다. 애호박을 썰면 단면에서 뿅뿅 물이 나오고, 완두콩은 올망졸망하고, 가지는 탱탱하고, 상추는 부드럽고 여리여리하다. 과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색도 향도 다 다르고 예쁘기 그지없다. 여행 책자를 보면 그 나라의 로컬 시장 사진이 으레히 하나는 들어가 있는데, 꼭 채소와 과일을 예쁘게 가득 쌓아올린 사진이다. 색색깔의 채소와 과일이 수북히 쌓여 있는 사진은 그 화려한 색감에 눈이 가게 된다.       


나는 라따뚜이를 종종 만드는데,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양파를 볶고 나서 파프리카와 가지, 호박을 한꺼번에 넣은 다음이다. 빨강, 파랑, 초록, 흰색, 보라, 이런 색들이 어울려서 참 예쁘다. 예뻐서 한참 들여다보게 된다. ‘이렇게 예쁜 것을 내가 만지고 먹고 있다니’, 그런 생각이 든다. 고기나 생선은 이렇게 다채로운 색이 없다. 요리의 색을 만들어 내는 것은 채소이다.     


생강 님의 ≪이렇게 맛있고 멋진 채식이라면≫이라는 채식 요리책이 있다. 이 책의 첫 머리에 이런 글이 있다. ‘매일 풀만 먹고 사는 사람, 먹고 싶어도 먹을 게 별로 없을 것 같은 사람, 아무거나 먹지 않는 까다로운 사람, 피곤하게 사는 사람. 그런데 왜? 그들이 그런 오해를 받으면서 굳이 채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좋으니까, 행복하니까, 몸으로 느끼고, 마음이 가니까. 이렇게 맛있고 멋진 음식이니까. 아직 그런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채식이 이토록 다채로운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곧 마음이 달라질 것이다. 더 이상 채식주의자에 대한 편견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아름다운 채소와 멋진 요리 사진으로 가득해서, 가끔 힐링이 필요할 때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렇게 채소 요리가 멋지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일부러 사진을 이렇게 찍었으리라. 정말, 채식은 맛있고 멋지다.     


늘 보던 재료라도 한번 가만히 들여다보고, 만져 보고, 다른 방법으로 썰어 보면 다르게 보인다. 오크라, 사탕무, 줄기콩, 노랑 주키니처럼 자주 보지 못하는 채소를 접하게 되면, 채소란 이렇게 무궁무진하구나 하며 들여다보게 된다.      


시장에 가서 쌓여 있는 채소와 과일의 다양한 색을 감상해보라. 요리를 할 때 재료 하나하나의 냄새도 맡아 보고, 무늬를 들여다보고, 감촉도 느껴 보고, 색상도 새삼스럽게 들여다보라. 이렇게 멋지고, 귀여운 것을 내가 만지고 있다는 느낌을 모두 가져 봤으면 좋겠다. 채소 요리를 할 때 ‘내가 이렇게 예쁜 것을 요리하고 먹는구나’하는 기쁨을 느껴 봤으면 한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으면 그것이 행복이지 싶다. 

모양도 색도 각양각색인 채소들. 예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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