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교수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라
우리나라는 스승의 날이라는 것도 있고, 뭔가 선생님, 교수와 학생 관계가 상하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직장을 다니다가 대학을 가면 어쩐지 교수가 상사(사회에서 내 윗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직장에서 상사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대학원을 다니면 교수도 직장 후배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처럼 직장에서 층층이 상사들의 눈치를 보다가 대학원을 가면 교수도 눈치를 봐야 할 상사처럼 느껴져서 뭔가 어렵다. 게다가 학교는 회사와 업무처리방식도 뭔가 달라서, 이것도 적응해야 한다. 행정실 직원은 불친절하고, 학사행정과정은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렵고 느리다. 공지사항도 자기가 알아서 확인해야 하고, 서비스도 자기가 알아서 신청해야 하고, 그러다 해야 할 일을 놓치기도 한다.
나는 ‘내가 이렇게 공부도 못 하는데 열심히조차 안 해서 교수님이 한심하게 보겠지’라는 괜한 자격지심이 있었다. 그래서 교수님께 메일을 쓸 때마다 멘붕 상태가 돼서 ‘어쩌지 어쩌지’하며 괴로워하곤 했다.
그런 나에게, 미국에 있는 친구가 한 말이 있다.
“야, 너네 교수님 미국에서 공부했다며~ 그럼 거기서 별별 애들 다 만나봐서 괜찮아. 미국 애들은 교수한테 총들고 찾아간다니까? 진짜로 총맞아서 죽는 교수도 있어.”
이런 다소 극단적인 말은 나에게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미국 대학에서 학부생을 가르쳐 본 또다른 친구의 경험담을 듣고서 실감을 했다.
수업의 대부분을 결석해 놓고, 기말고사 직전에 자기를 찾아온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이 자기가 이 수업 내용을 잘 모르겠다고 다시 가르쳐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친구 : “그래, 어디를 모르겠니? 어느 부분을 더 설명해줄까?”
학생 : “다 모르겠으니까 처음부터 다시 알려주고 나 기말 A 맞게 해줘.”
친구 : (이새퀴가.......욕하려다가 참음)
그러나 그렇게 공부해서 A를 맞을 만큼 시험을 잘 볼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친구도 자기 교수평가가 있으니 B를 줬는데, 나중에 교수평가에서 자기에게 나쁜 평가를 했다며 투덜거렸다. 한국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렇게 결석해놓고 뻔뻔하게 처음부터 다 알려달라니.
그런 학생들을 많이 겪었을 것이기 때문에 교수님이 나를 한심하게 여기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지 말라고 친구가 나를 위로해 주었는데, 아, 그렇구나 생각이 들었다. 저런 학생에 비하면 난 수업을 잘 못 따라갈 뿐 얼마나 무난한 학생이냐 말이다. 사실 교수님이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할까 라는 것은 나의 일종의 망상이었는데, 나의 교수님은 김박사넷 평가에서 인품 A+를 받으신 분으로, 늘 학생을 존중하는 태도로 지도해주셨다. 역시 미국에서 힘든 학생들을 많이 겪으셨던 게 아닌가.......
나는 학교의 고객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교육서비스를 구매한 고객이다. 물론 이런 마인드를 탑재한 교수가 드물 수 있지만, 나 스스로는 그런 마음을 갖자. “난 왜 이것밖에 못하지, 교수님이 날 어떻게 볼까?”같은 생각은 하지 말자는 말이다. 교수가 날 어떻게 보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내가 그것밖에 못 하면 뭐 어떤가? 모르니까 배우러 다니는 거고 교수는 나를 잘 가르칠 책임이 있다.
학교의 행정도 참 아쉽다. 사무실을 방문해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이 종종 생기는데 평일 낮 시간 내에 가야 해서 아까운 휴가를 그런 데에 써야 했다. 또 도서관에서 하는 도서관이용교육, DB이용교육을 무척 듣고 싶었는데, 야간에는 수업이 없었다. 야간과정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인 탓에, 직장인을 고려한 그런 서비스가 참 부족했다. 소수자의 설움이랄까.
스스로가 고객임을 잊지 말자. 나 중심적으로 생각하자. 지금 생각하면 내자신이 참 어이없다. 왜 나는 교수가 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교수를 먼저 생각했을까? 나는 어떤지 왜 먼저 생각해주지 못했을까?
학교는 나를 위해 다니는 것임을 잊지 말자.